사진의 기록 29

이프란_예쁜 그리고 멈춘 20191231

작년이다. 생애 첫 차를 구입하고 두번째 장거리 운전이였는데 카사블랑카에서 이프란은 꽤 멀다. 정말 멀다. 300키로 정도되는 거리를 혼자 운전하는게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운전이란게 하다보면 또 집중하게되고 재미가 있어 지루하지 않게 도착했다. 물론 중간에 거의 쉬질 않아서 도착해서 내리자마자 허리에서 '끅'하고 소리가 난 것 빼곤 말이다. 눈을 보고싶다던 와이프의 끈질긴 요구에 못 이긴척 왔지만 실은 예전부터 정말 와보고싶긴했다. 모로코에서 유명한 대학이 있어서 도시가 꽤나 젊겠구나 라는 기대도 한껏 가졌었다. 오랫만에 눈도 보고 싶기도 했고.. 막상 도착해보니 휑했다. 몰랐다 나는 방학이 되면 학생들이 전부 도시를 떠나버린다는 사실을. 한국에서 흔히 지방소재 대학에서 방학이 되면 그 주변은 싹 비어버..

사진의 기록 2020.11.15

* 튀니스_그때의 '지금'을 그리워하다_141025

초침이 쉼없이 움직이며 쉴 새 없이 과거가 되어가는 지금을, 그 순간을 앞으로 넌 이 순간을 그리워 할지도 몰라 라고 스스로에게 예언 아니 확신을 던졌다. 눈을 부비고 일어나 소파에 앉아 가만히 문밖에서 들려오는 모래알이 바퀴에 밝히는 소리, 가게 셔터가 주르륵 올라가는 소리, 수십번은 반복되는 아침인사 소리를 들으며 저 파란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치 구름 사이로 내려오는 한 줄기 빛내림 처럼 파란문 사이로 노크 없이 들어오는 빛내림이, 한동안은 나에게 있어서는 추억의 구심점이 될 중요한 참조점 후보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저 파란 문 빛내림을 난 내년이나 내후년 쯤에는 추억하고 그리워하겠지. 이 집도 사람들도 저 빛내림을 시작으로 그리워하겠지"그렇게 아침에 일어나서 멍하니 문을 바라보다 찍은 사..

사진의 기록 2016.03.06

* 서울_이쯤이면 기대 안하던_160227

원래 이쯤되면 눈을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아니 거의 생각도 잘안하게 된다. 봄을 기다리느라, 봄만 쳐다보다가 항상 이맘때 쯤엔 이렇게 심술부리듯 툭 치고 금새 떠나버린다. 창문을 열었더니 눈이 그렇게도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보통 비를 보면 차분해지고, 눈을 보면 신이 나는데. 겨울의 끝자락, 봄의 시작선에서 한차례의 눈은 왠지 모를 두근거림을 가져다준다. 끝과 시작이 늘 항상 그렇다.

사진의 기록 2016.03.02

* 튀니스_나를 만났다는 것은_1401010

튀니지에서 짧게 6개월을 보내며 굉장히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의 다양한 국적만큼이나 모두가 각각의 개성이 있었고, 그보다 더 많은 추억을 그들과 나눴고, 그보다 더 큰 애틋함이 남았다. 그 중 5개월을 함께한 친구가 한명이 있다.스페인녀석인데, 이름은 괴짜라 하면 괴짜라 할 수 있는 묘한 녀석이였다.SNS를 통해서 만나 룸메이트가 되자 약속하고 공항으로 마중까지 나와 나의 튀니지 생활의 시작선을 그어준 친구이다. 만나자마자 뭐가 통했던지 우리는 함께 기타리스트가 되어 거리공연을 하자며 굳게 약속을 하기도 했고 함께 장보고 돌아오는 어두운 길에 따라오는 작은 고양이에 시선을 떼지못해 침묵의 합의 하에 대책없이 집으로 들인 적도 있다. 어느날은 아랍어를 배우러 와놓고 불어를 정복하겠다며 하루종일 단어를..

사진의 기록 2016.02.22

* 뉴욕_두 공원, The Beginning 090926

첫 경험은 많은 것을 결정한다. 취향, 이상향, 습관, 고집, 집착의 이름을 가진 여러 모양의 '기준'으로 머리 깊숙이 똬리를 틀고 자리 잡는다. 시간이 지나도 닳아 흩어지지 않고 덩치는 커지고 더욱 완고해진다. 나에게도 그런 대법관이 있다면, 이는 이 사진으로 대변된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 어학원에서 일하면서 북미로 지칭되는 먼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고 처음으로 낯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내 세계를 흔들어놓았다. 어처구니 없게도 나의 첫 여행은 단순히 그들이 이 곳에 와 있게에 나도 그 곳을 가봐야 한다는 얼토당토않는 고집에서 시작됐다. 이 모든 것의 발단이 된 대학의 절반 이상을 함께 보낸 그녀와의 이별 그 순간은 비극이였지만 한동안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더 큰 비극으로 이어지는 시작..

사진의 기록 2016.02.01

* 마르세유_아기천사가 바라보는 도시 150901

마르세유에 도착하면 한 눈에 보이는 것은 부의 상징인 정박되어있는 요트들과 저 꼭대기에 위치한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교회이다. 누구라도 왠지 저긴 가야할 것같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눈에 띄게 자태를 뽐내고 있다. 마르세유 전경을 찍기엔 최고의 장소라 할 수 있다. 워낙에 시간이 많고 걷는 여행을 좋아하는 지라 대충 머리속에 위치만 찍고 슥슥슥 올라가면 대충 도착하게 되고 어차피 다른 여행객들도 그쪽으로 향하기 때문에 난이도 하에 해당되는 스팟이라고 볼 수 있다. 탁 트인 도시나 자연의 전경을 보게되면 항상 내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 든다. 그 맛에 높은 곳은 늘 기대 이상의 만족을 안겨준다. 그 곳에 올라 인상 깊었던 동상이 있어 하나를 찍어 보았다. 아기 천사인데 예쁘게 찍으려고 계속 기다..

사진의 기록 2016.01.26

* 보스턴_여행에서 일상으로 090928

여행지에서 내 자신을 온전히 낯선이로, 여행자로 스스로 느끼게 하는 순간은 그 곳의 일상을 관찰하는 나의 시선을 문득 깨달을 때이다. 내가 사는 곳과는 다를 바가 크게 없는, 중력을 거슬러 뿜어져 나오는 물방울, 뺨을 스치며 흘러가는 바람, 신경쓰지 않으면 느껴지지 않던 공기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오감에게 내가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쉬지 않고 속삭여준다.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는 여행은 내내 이러한 속삭임의 떨림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짐가방을 차곡차곡 채우는 순간부터 교통수단을 갈아타고 일정을 짜고 사람과 차를 기다리고 돌아오는 그 순간은 모두 떨림을 동반한다.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떨림을 두개 꼽아보자면 난 별종인지 공항에서 비행기를 하염없이 기다릴 때의 떨림과 여행지의 지역주민들의 일상을 관찰할때의 ..

사진의 기록 2016.01.03

* 피렌체_나무, 빛, 여유 150909

도시 여행에서 뺴놓을 수 없는 것을 꼽아보자면 특색있는 건물, 로컬 주민들의 만남 그리고 도심속 공원 산책을 들고싶다.여행중 이라면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것들을 모두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 못했던 것들도 물론 여행의 백미다. 그 중 하나는 시간을 벗어나 공원을 산책하는 것. 그리고 사람들의 여유를 오감을 통해 여과없이 즐기는 것. 공원에는 자연이 꽉 채운 공간도 있고, 자연과 사람이 함께 머무르는 공간도 있다. 보고싶은 것을 보고 느끼고 싶은 것을 느끼면 된다. 어느 도시를 가도 여유를 찾고싶다면 공원이 최고다. 공원에 있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이 그 도시에서 가장 여유로운 사람들일테니 말이다.

사진의 기록 2015.12.30

* 라 마르사_마지막이 아닌 세번째 150123

그 날 홀린듯이 라마르사로 향한 이유를 지금 생각해보면 널 다시 보지 못할 거라는 느낌을 나도 모르게 느꼈던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시디부사이드가 처음 본 튀니지의 해변이였다면 넌 그 곳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본 해변일거야. 시디부사이드와 같이 진한 추억도 없을 뿐더러 사실 제정신이 아닌 취한 상태로 두번 간게 전부였지. 멀쩡한 정신으로 본 너는 말그대로 '지중해'였어. 내가 항상 꿈꾸던 그 '지중해'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에,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품은 에메랄드색의 바다는 까닭없이 온들 전혀 후회할 수 없는 풍경이였지. 그날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냥 걷고 싶었고 이유없이 사진기 셔터를 누르고 싶었던 날이였어. 그리고 피사체는 운좋게도 너였던 거지. 나도 그 피사체가 너였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해. ..

사진의 기록 2015.12.27

* 마르세유_아랍적 프랑스 그리고 고마워 150901

휴양도시로 유명하다기에 그리고 친구도 하나 살고있기에 이 도시를 이탈리아로 가는 중간 정착지로 삼았다. 마르세유친구들끼리 목 마르세유? 라며 장난치며 외웠던 도시. 사실 어디있는지는 게임을 하다가 알게되었고 어떠한 마르세유를 상징하는 이미지는내 머리속에 한 하나도 없었다. 마르세유는 그냥 마르세유 그 글자 그 자체였다. 남은 것은 아름다웠던 전경. 그리고 토플리스 유럽인들 정도. 사실 이곳이 왜이렇게 유명한 휴양지인지도 잘 모르겠고 어쩌면 스페인에 너무 빠져있었던 탓인지 마르세유 그 자체는 그다지 의미 있는 도시는 아니였다. 단지 기억이 남는 것은 그 곳에 살고있는 아랍인들 이였다. 아랍인이라 하면 아랍어를 구사하는 중동계 혹은 북아프리카계를 말한다. 튀니지에서 살았던 기억이 나서 튀니지 식당도 가보고 ..

사진의 기록 2015.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