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기록 29

* 피렌체_꽃피는 도시 150908

'끝이 안보이는 빠알간 지붕', '멋드러진 병풍 마냥 펼쳐 서있는 산들', '그 위에 떠있는 파아란 하늘과 수놓아져있는 뭉게구름'이 세가지를 한단어로 표현한다면 그 단어는 '피렌체' 일 것이다. 꽃피는 도시 피렌체. 이처럼 꽃과 같이 아름다운 이 도시에 많은 사람들이 오랜 애정과 열망을 품고있다. 특히 유명한 두오모 성당에 꼭대기에 오르는 일은 피렌체에서 가장 두근거리는 일일 것이다. 꽤 높기에 20분 가량을 올라가야한다. 통로는 좁고 불편하다. 하지만 첫번째 데이트에서 먼저 나와 상대를 기다리는 시간 마냥 즐겁게 떨리는 순간이다. 한발 한발 올라가 두오모에 오르자마자 탄성을 자아내는 피렌체의 전경이 눈 앞에 그림처럼 펼쳐진다. 매혹적인 전경에 로맨스마저 겸비한 도시. 지구 상에 세 개의 도시만 남겨야 ..

사진의 기록 2015.12.23

* 베니스_ 침묵의 시간과 거리 150911

관광객과 학생, 지역주민이 섞여 바쁜 베니스 중심부를 벗어나 남서쪽으로 길을 따라 내려가면, 얼마나 부자일지 상상도 못할 사람이 소유할 법한 거대 요트도 보게되고마침 운이 좋아 때가 맞다면 멀리서 바라보는 베니스의 노을을 감상할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계속 하염없이 걷다보면 다리가 나오고 관광객은 물론 지역주민조차 찾아보기 힘든 동네를 만날 수 있다. 아무도 살고있지 않은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침묵'이 유지되는 공간이였다. 20분정도면 구석구석 다 돌아볼 수 있을정도로 작은 동네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서또다른 복잡한 일상이 된 여행 속에서 찾아낸 여행 속 휴식이였다. 거리 안으로 들어가서 조용히 걷다보면 여러가지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TV에서 나오는 영화 소리, 설거지하는 물 소리, 조깅..

사진의 기록 2015.12.22

* 피렌체_Baccini 150907

피렌체는 로맨틱하다. 많은 이들이 두오모에 올라가 사랑을 고백하는 상상을 하고 피렌체를 사랑의 도시라 부른다. 나도 그둘 중 한명이였고, 언젠가는 그 곳에 가고싶다 라고 생각한 것이 대학교 때 냉정과 열정사이를 접하고 부터였다. 한번도 가보지도 직접 보지도 못한 도시를 사랑하게 된 것이였다. 대만에서 시작한 여행을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체코, 헝가리로 여정이 끝맺음이 될 때까지 내 가슴속에 가장 찡.하게 남았던 도시는 단연 피렌체이다. 대략 20개쯤 도시를 거치면서 피렌체를 최고로 뽑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10년동안 열망해왔던 두오모도, 끝이 안보이게 펼쳐진 빨간 지붕들도, 도시 전체에 만연한 예술가의 역사적 기운도 아닌 그 곳에서 만난 '사람내음'이였다. 연수를 하다 만난 피렌체 토박이 친구를..

사진의 기록 2015.12.22

* 라 마르사_海が見える街(바다가 보이는 마을) 150123

히사이시 조 애니메이션의 OST는 그야말로 걸작들 뿐이다. 그 중에서 요즘 푹 빠져있는 곡이 있다면 '바다가 보이는 마을' 이다. 여행 다닐 때도 바다가 보이는 마을이라는 이름의 사진을 찍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터키에서도 스페인에서도 튀니지에서도 꾸준히 바다가 보이는 마을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사진을 찍고자.. 그 중에서도 라마르사에 혼자 출사 나가 찍은 사진이 있는데 그나마 가장 맘에 든 사진이 하나 나왔다. 사실 갈매기도 있고 파도도 있고 범선도 하나 있으면 좋을거 같고, 다양한 색의 지붕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현재는 이것이 최선. 밑에 동영상은 기타 솔로 버전의 바다가 보이는 마을.

사진의 기록 2015.12.17

* 타이페이_털썩, 집중 150801

어렸을 때 역사책을 두번이고 세번이고 읽던 시절이 있었다. 뭐가 그렇게 재밌었는지 하루종일 그 역사책을 읽곤했다. 학교로 들어가고 원치 않는 책들을 읽어야 하는 시기가 오면서 책에는 확실히 흥미를 잃기 시작했고 그때부터는 재미있어 집중한다기 보다는 집중하지 않으면 안되기에 어떻게든 붙잡고 읽기 시작했다. 그 후로는 여러가지 이유와 변명을 붙혀가며 책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에도 집중하기를 거부하기 시작했다.아니 어떤 것도 집중하기 힘들었다. 할 것은 너무 많았고, 시간은 너무 없었고 그래서 지금 생각해보면 할 것이 너무 많아 아무것도 못한 느낌이 드는것이 사실이다. 이런 마음에 조금씩 변화가 찾아 온 것은 여행에 취미를 붙히면서였다. 거리에 털썩 털썩 앉아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장소와 때를 가..

사진의 기록 2015.12.17

* 지우펀_마지막 버스의 마법 150802

지우펀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배경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당히 분위기가 흡사하다. 그렇게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게되어버려서 그런지 버스 정류장에는 곧 막차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줄이 즐비해 있어 적지 않게 당황하게 된다.사실 대만 현지인 친구들과 같이 있었기에 걱정은 그들의 몫이였기에 위기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던 중 대만친구가 올라오는 버스를 타고 첫 정류장으로 가게 되면 앉아서 갈 수있을 것이라고 나름의 묘안을 꺼냈다. 사실 이미 30~40분은 기다렸고 꽤 앞으로 왔기에 그럴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앞서 말했듯이 걱정은 그들 몫이였기에 거부반응 없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일을 거기서 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줄을 벗어나자마자 다음버스가 왔고, 올라..

사진의 기록 2015.12.12

* 바르셀로나_깡통깍는 노인 150825

바르셀로나 거리를 일행과 떨어져 걷고있을 때였다. 여행의 목적이 '사람' 그리고 '걷기' 였기에 하염없이 걸었다. 그렇기에 나에게 노점상이란 흔하지 흔한 풍경일 수밖에 없다메인 스트릿으로 가던 중 내 눈을 사로 잡는 것은 할아버지 한 분이였다. 색색의 예쁜 장식품을 펼쳐놓고 방망이 깎는 노인 마냥 집중해서 한개 한개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바로 후에 발견한 것은 노인 곁에는 사람이 버린 무수한 깡통들이 담겨있는 봉지가 있었다. 그리고 앞에는 친절하게도 이런 말이 적혀있었다. 구경 무료, 사진 무료.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고 있었기에 지나쳤다가 뒷걸음질로 되돌아와 하나씩 구경했다. 나름의 정교함이 있었고 미가 있었다. 사진 찍어도 괜찮냐고 물었고, 당신이 작품이 아니라 당신을 찍어도 괜찮냐고 여쭈었..

사진의 기록 2015.12.12

* 라고스_광장의 두 기타리스트 150807

포르투갈의 라고스는 축제의 도시이다. 유럽인들이 일탈하기 위해 온다고 해도 과한 말을 아닐 것이라. 아름답게 펼쳐진 에메랄드 바다와 미남미녀들이 수두룩하게 발에 치이는 그런 파티피플의 작은 도시이다. 광장을 조금만 돌아다녀도 거리의 음악가며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멋진 남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실 직업적 거리 음악가가 너무 많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묘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젊은.. 아니 어리다고도 할 수 있는 기타리스트가 광장 한 가운데서 노래를 부르며 있었고거기서 멀찌감치 십여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한 눈에 봐도 백발에 이 곳에서 이십여년은 넓게 거리연주자로 살아온듯 한 분위기를 풍기는 노인 연주자 한분이 앉아있었다. 본능적으로 느낀 것은 늦게 나온 탓인지 순서를 기다리고 있..

사진의 기록 2015.12.10

* 베니스_7시40분 150911

풀밭에서 고양이가 장난을 치고 있다던가, 꼬마 아이가 의자에 앉아 베시시 웃고 있다던가, 지나가는 사람과 눈길이 부딪쳐 서로에게 옅은 웃음을 지어 보낸다든가,이러한 사소한 것들을 자신만의 추억으로 삼고 가끔 꺼내 소박한 행복을 맛볼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여행의 미, 여행자의 특권이 아닐까. 물의 도시 베니스에서의 나의 그런 특권은 가로등이 켜지는 시간이였다. 그리고 난 그 시간을 기억하고 추억하고있다. 7시40분베니스의 가로등이 켜지는 시간.

사진의 기록 2015.09.28

* 세비야_로맨틱 암시장 150820

세비야에는 큰 쇼핑거리가 있어. 넓찍한 거리에 여러개의 상점이 있는데 마치 우리나라의 명동을 연상시키는 듯한 쇼핑골목이야. 낮에는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쇼핑거리지.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인데, 여느 유럽의 도시처럼 거리의 악사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 그 외에는 세비야 성당이라든가, 성이라든가 뭐 그런 것들이 있는 도시지. 근데 뭐 하나 알려주자면 정말 로맨틱한 세비야를 보고싶다면 10시 이후 느즈막히 쇼핑거리로 나가봐. 예쁘게 불을 밝힌 성도 성당도 큰 거리도 참 좋아 . 야경이 정말 이쁜도시거든.하지만 쇼핑골목은 조금 달라. 대항해시대라는 게임을 해봤는지 모르겠는데, 새벽 2~3시에 암시장이 열려서 좋은 아이템을 살수가 있는데 그게 아주 쏠쏠한 아이템들이지. 10시 이후의 세..

사진의 기록 201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