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기록

* 튀니스_나를 만났다는 것은_1401010

5월요일 2016. 2. 22. 00:16




튀니지에서 짧게 6개월을 보내며 굉장히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의 다양한 국적만큼이나 모두가 각각의 개성이 있었고, 그보다 더 많은 추억을 그들과 나눴고, 그보다 더 큰 애틋함이 남았다.


그 중 5개월을 함께한 친구가 한명이 있다.

스페인녀석인데, 이름은 괴짜라 하면 괴짜라 할 수 있는 묘한 녀석이였다.

SNS를 통해서 만나 룸메이트가 되자 약속하고 공항으로 마중까지 나와 나의 튀니지 생활의 시작선을 그어준 친구이다. 



만나자마자 뭐가 통했던지 우리는 함께 기타리스트가 되어 거리공연을 하자며 굳게 약속을 하기도 했고


함께 장보고 돌아오는 어두운 길에 따라오는 작은 고양이에 시선을 떼지못해 침묵의 합의 하에 대책없이 집으로 들인 적도 있다.


어느날은 아랍어를 배우러 와놓고 불어를 정복하겠다며 하루종일 단어를 소리내어 말하기에, 나는 질 수 없어 스페인어책을 펴들었고


채식주의자 친구가 보내준 다큐멘터리를 보더니 순식간에 채식주의자로 변했고, 그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고기를 사와 조리를 하며 

그의 의지를 꺾어보려 했다(실패했다)


짧은 휴가를 다녀오더니 자기가 해야할 일은 찾았다며 불쑥 떠나버린 그 녀석의 빈공간을 그리워할 틈도 없이 며칠이 지나지 않아, 

나도 개인사정으로 그 땅을 떠났어야했다. 



이미 1년이 지난 지금 SNS를 통해 메시지를 받고 그 때를 떠올려보니 우린 참 닮은 친구였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내가 그렇게 무모하고 오만해 보였을 수도 있겠구나 싶으면서도

이 묘한 동질감과 함께 얽매이지 않으려는 히피적 감성을 공유하면서 단 한번의 다툼도 없이 잘 지냈다.


'그 시절'을 그리워 하는 것은 그 때의 '나'를 지독히도 질투하는 것이라, 

또 다른 '나'를 만난 그 시절의 '나'를 지독히 질투하고 있는 것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