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 37

서는 곳이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

송곳에 나온 명대사. "서는 곳이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 학생 때 처음 이 대사를 들었을 때 "와 멋있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의미에 대해 깊게 고찰해보지 못했다. 딱 드라마의 내용만큼, 상류층은이 서민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사람은 보통 보이는 것만 만큼만 이해한다. 벌써 한 10년이 지나고 이 대사가 가슴 속에 계속 남는 이유는 매 순간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이 대사를 떠올리면 마법 같이 마음이 안정되고 모든 상황이 아주 잘 통제되고 있다고 안심이 되었다. 모두가 각각의 사정이 있고 입장이 있는 것이니 남이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도, 내가 남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였다. 지금와 생각해보면 그 '당연함'을 그 때도 알았다면 나는 내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주는 일은 없었을 ..

일상의 기록 2020.07.26

내 탓하기, 남 탓 하기 않기.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로 이동을 위해서는 최대한 차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차가 한대뿐이 없는 우리집은 항상 같이 다녀야한다. 내가 출근을 해버리면 와이프는 사실 집에 갇혀버리고 만다. 안전지상주의를 지향하는 나로썬 요즘 같은 시대에 최대한 보수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나만으로는 안된다. 가족들도 모두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해야한다. 아마 많이 답답할텐데 그래도 잘지키고 있는 것을 보면 대견하기도하고 참 고생스럽다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차라리 출근하는게 나을지도 ...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럴 턱이 있나.. 출근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 여차저차 가족의 발이 되어야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사실 개인 스케줄을 어느정도 포기해야 한다. 가령, 주말에 치과 예약이 되어있다면 나는 일단 꼼짝 못하고 그 스..

일상의 기록 2020.07.11

제목 없음

매번 글을 써야지 생각하면서 턱하고 걸쇠 걸리듯 내 의지를 잡아버리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제목 쓰기' 이다. 이것이 말하자면 사람에게 있어 '이름'같은 것인데 '성'이야 정해져있지만 '이름'은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생 가지고 가야할 이름을 짓는데 많은 돈을 쓰는 사람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아 개명을 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글'이라는 것을 쓸 때 타고났거나 오랜기간 수련을 통해 좋은 글쟁이가 된 사람이 아닌 이상에야 머리 속에 써내려갈 글이 좌르륵 펼쳐질 사람은 없을 것이고 강물처럼 쓰다보니 이런 얘기가 되는 경우가 사실 훨씬 많다. 주제야 생각하고 쓰지만 생각이라는게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 옆에서 누구 하나의 말한마디만 스쳐가도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좀 전에도 회사생활에 대한 글 하나 ..

일상의 기록 2020.05.25

추억의 시작과 끝

기억이 추억이 된다, 기억은 언제 추억이 될까. 어렸을 땐 하루 하루가 달랐다. 나의 몸이 성장하듯, 마음도 성장했다. 모든 것들이 성장했다. 그리고 변했다. 세상은 오색빛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이 아름다웠고 거대했다. 나는 강아지였다. 난생 처음 '눈'을 본 강아지처럼, 집 앞 근린 공원에 처음 나가 처음 맡는 수천가지의 나무 꽃 사람의 향을 처음 맡아 머리가 어지러워 어찌할바 모르고 흥분한 그런 강아지였다. 그렇게도 아름답던 세상은 뻔해졌다. 찬란하던 빛을 잃은 세상은 그렇게 바래져갔다. 기억이 추억으로 색이 변하던 순간이다. 세상의 빛이 바래고 새로운 것이 더이상 새롭지 않게 느겨지면서 나의 세상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함정이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인생은 끝도 없이 잃어만 가기 시작한다. ..

일상의 기록 2019.07.06

마라톤이 괜히 인생이 아니다.

한창 운동을 많이 할 때는 3km를 매일 뛰었다. 매일이 힘들다면 이틀에 한번 꼴로 꼭 뛰었다, 그때 당시 나의 모토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 진부하고 식상한 모토지만 이거 하나 지키는 것이 쉽지는 않다. 매일매일 공원을 뛰면서 기록을 재는 재미로 한참을 뛰었다. 뛰면서 받는 유혹은 단 하나다. "멈추고 싶다" 그깟 3km 몇 분만 더 참으면 되는데 1초에 수천번도 더 유혹에 시달렸다. 매번 이겨내는 내 자신이 대견하기도 했지만 매번 같은 유혹에 흔들리는 모습 또한 절대 익숙해지지 않았다. 이 블로그를 언제 멈췄을까. 무슨 이유로 멈췄을까.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마침 시간이 났다. 아니. 생각이 났다. 생각이 나면 그냥 시작하면 된다. 시간은 언제나 문제가 아..

일상의 기록 2019.06.06

힘들때마다 생각나는 드라마 장면.

연애시대. 은호. 열리지 않는 피클병에 분노를 쏟아내는 그녀. 그녀의 모습은 항상 머리속에 맴돈다. "이정도 하나 내가 못할까봐. 내가 할꺼야. 이까짓거, 이까짓거 내가 할거야.""이거 어디꺼야!! 이런거 하나 내맘대로 안돼. 나보고 어쩌라고. 맨날 나만이래!!""내가 진짜 미쳐! 열려라 쫌!! 이정도 했으면 불쌍해서라도 봐주겠다! 내가 불쌍하지도 않냐?! 하나님도 그래. 나한테서 다 가져갔으면 이런거 하나쯤은 내맘대로 되게 해줘야지 엄마도 데려가고 동이도 데려가고 다 가져갔잖아!! 나한테 남은게 뭐야!! 나, 나한테 남은게 뭐야!!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내가 뭘 어쨌는데!! 이제 와서 나보고 어떡하라고! 이미 늦었는데.씨.. 이제 와서 나보고 어떡하라고!! 열려라 좀, 이 바보야!!!" 이런거 ..

일상의 기록 2016.03.28

멘토가 무너진다.

믿어왔던 따라왔던 멘토가 세월풍파에 무너져 보잘 것 없어진다. 우러러만 보이던 그녀의 모습도 바닥이 보이고 더이상의 존경심을 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 없이 보잘 것 없어 보이던 깡마른 몸뚱아리와 얼굴, 그리고 그가 나에게 보낸 것은 고통 속 웃음이었다. 그는 그렇게도 평생을 참고 감내해왔고 세상은 결국 그를 등졌다. 준비한 황혼도, 사랑의 말도 난 주머니에 꾹 집어 넣은 채 꺼내지 못했기에, 이렇게 또 한 사람의 비참함을 눈 앞에서 목도하여야 한다. 그의 유산은 이내 나의 것이 되었고, 돌이킬 수 없는 골목으로 치닫고 있다. 꿈에서 본 그의 모습이 그가 아니길.

일상의 기록 2016.03.23

이쯤해서 묻고 싶습니다. 제가 틀린건가요?

터놓고 말하려고 해도, '열심히'라는 단어 위에 손가락을 쉽사리 키보드 자판에 올려놓기가 쉽지는 않지만, 남들 하는 만큼, 평균치정도는 하지 않았나 라고 생각해봅니다. 수많은 사람중에 딱 평균치만 되도 제 기준엔 참 큰 노력입니다. 워낙에 공허한 노력보다는 재미있는 노력을 추구한 탓인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런 '스펙'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는 않은거 같습니다. 아무리 잘못을 돌려봐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변해가는 건 쪼그라드는 저의 '의지'뿐이었습니다. 유서같아 보일 수도 있을 거 같다는 두려움에 '삶의 의지'라고 쓰려다가 여러번 지웠습니다. 세상을 '생각'대로 살아보려했는데, '세상'대로 사는 것도 '생각'대로 사는 것도 아닌 낀공간에 갇혀버렸습니다. 그래서 이쯤해서 한번 묻고 싶습니다. 제가..

일상의 기록 201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