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기록

* 보스턴_여행에서 일상으로 090928

5월요일 2016. 1. 3. 16:33



여행지에서 내 자신을 온전히 낯선이로, 여행자로 스스로 느끼게 하는 순간은 그 곳의 일상을 관찰하는 나의 시선을 문득 깨달을 때이다. 

내가 사는 곳과는 다를 바가 크게 없는, 중력을 거슬러 뿜어져 나오는 물방울, 뺨을 스치며 흘러가는 바람, 신경쓰지 않으면 느껴지지 않던 공기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오감에게 내가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쉬지 않고 속삭여준다.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는 여행은 내내 이러한 속삭임의 떨림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짐가방을 차곡차곡 채우는 순간부터 교통수단을 갈아타고 일정을 짜고 사람과 차를 기다리고 돌아오는 그 순간은 모두 떨림을 동반한다.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떨림을 두개 꼽아보자면 난 별종인지 공항에서 비행기를 하염없이 기다릴 때의 떨림과 여행지의 지역주민들의 일상을 관찰할때의 떨림이다. 

그들에게는 새로울 것이 없는 일상의 일상이겠지만 나에게 있어는 최고의 묘미이다. 

사실 나의 일상과, 내가 있던 곳의 일상과 크게 다르진 않다. 카페를 가고 책을 읽고 물건을  사고 일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모든걸 뒤집어 버린다. 진동하던 것을 침묵시키고 침묵하던 것을 진동시킨다. 

나의 일상은 여행을 통해 다시 한번 진동한다. 그 곳에서의 그 떨림을 고스란히 내 일상으로 가져오면 시나브로 내 일상도 진동하기 시작한다. 

여행은 일상이 되고 일상은 여행이 된다. 그 때의 첫번째 여행 후, 내 일상과 인생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멈춘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