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기록

이프란_예쁜 그리고 멈춘 20191231

5월요일 2020. 11. 15. 00:56

작년이다. 

생애 첫 차를 구입하고 두번째 장거리 운전이였는데 카사블랑카에서 이프란은 꽤 멀다. 

정말 멀다. 300키로 정도되는 거리를 혼자 운전하는게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운전이란게 하다보면 또 집중하게되고 재미가 있어 

지루하지 않게 도착했다. 물론 중간에 거의 쉬질 않아서 도착해서 내리자마자 허리에서 '끅'하고 소리가 난 것 빼곤 말이다. 

 

눈을 보고싶다던 와이프의 끈질긴 요구에 못 이긴척 왔지만 실은 예전부터 정말 와보고싶긴했다. 모로코에서 유명한 대학이 있어서 도시가 꽤나 젊겠구나 라는 기대도 한껏 가졌었다. 오랫만에 눈도 보고 싶기도 했고..

 

막상 도착해보니 휑했다. 몰랐다 나는 방학이 되면 학생들이 전부 도시를 떠나버린다는 사실을. 

한국에서 흔히 지방소재 대학에서 방학이 되면 그 주변은 싹 비어버리는 것 마냥 여기도 타지에서 온 학생들은 모두 고향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설상가상으로 눈도 모두 녹아버려서 졸지에 와이프의 협박에 못이겨 눈을 찾아다니는 여정을 시작했었다.

 

사실 이프란에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유럽양식의 가옥들이다. 플랜다스의 개라는 애니에서 보던 삼각지붕의 집들을 볼 수 있었다. 

도시 외곽에 지어지는 건물들도 같은 양식으로 지어져 여기 살고싶기도 하네 라는 생각도 없진 않았다. 

 

공기도 좋고 집도 예쁘고 근데 이 도시 완전히 멈춰버렸다. 

앞에 말마따나 학교에 크게 의지하는 도시인지라 방학때는 사람 보기 참 힘들었고 관광객도 아주 간간히 보였다. 

그래서인지 호텔 시설도 꽤 열악했고, 사실 하루나 이틀정도면 지루해질 법한 도시였다.

 

지금 사진을 꺼내보면서 생각하는것은 내가 카사블랑카에 살면서도 어차피 지루한 일상인지라 

그때 조금 다른 마음을 먹었다면 지금은 더 행복했을까 아니면 지루함 더하기 지루함을 견디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