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기록

* 피렌체_Baccini 150907

5월요일 2015. 12. 22. 17:02



피렌체는 로맨틱하다. 

많은 이들이 두오모에 올라가 사랑을 고백하는 상상을 하고 피렌체를 사랑의 도시라 부른다. 

나도 그둘 중 한명이였고, 언젠가는 그 곳에 가고싶다 라고 생각한 것이 대학교 때 냉정과 열정사이를 접하고 부터였다. 

한번도 가보지도 직접 보지도 못한 도시를 사랑하게 된 것이였다. 


대만에서 시작한 여행을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체코, 헝가리로 여정이 끝맺음이 될 때까지 내 가슴속에 가장 찡.하게 남았던 도시는 단연 피렌체이다. 

대략 20개쯤 도시를 거치면서 피렌체를 최고로 뽑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10년동안 열망해왔던 두오모도, 끝이 안보이게 펼쳐진 빨간 지붕들도, 도시 전체에 만연한 예술가의 역사적 기운도 아닌 그 곳에서 만난 '사람내음'이였다. 


연수를 하다 만난 피렌체 토박이 친구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다시 한번 만났고 그 친구는 피렌체에서는 자기집에 머물러도 좋다고 하기에 친구의 어머니와 연락을 하고 그집으로 향했다. 집은 저택이였고, 도심 가까이에 위치해있었다. 그리고 난 난생 그렇게 가져본 어떤 방보다도 큰 개인방을 쓰게되었다. 


피렌체에서의 나는 그야말로 한명의 여행자라기 보다는 멀리 살고있는 친척을 오랫만에 방문한 조카였다. 

바치니 노부부. 친구 말대로 어머니는 날 재워주고, 놀아주고, 먹여주셨다.

3일을 머무르며 매일 같이 저녁을 했고 많은 얘기를 나눴다.  

딸만 셋인데 셋 다 무슨 연유인지 전부 해외로 나가 공부하거나 직장을 다니는 상황이라 다소 큰 집에 두분에서 사시면서 꽤나 심심하셨던 것이 아닐까. 

정말 비싸다는 술은 한잔 주시면서 동쪽 먼나라에서 온 이녀석이 이 고급진 술의 맛을 어떻게 평가할까 라는 호기심 어린 눈빛을 마리오 아버님의 눈빛은 

내 기억속에 새겨져 쉽사리 흐려지지 않고있고, 아침마다 이탈리안 특유의 억양으로 내이름을 부르며 차와 아침을 권하던 로잔나 어머님의 낭낭한 목소리는 여전히 내 귀속에 머물러있다. 피렌체를 함께 다니며 30년전 이 유쾌한 부부가 결혼했던 교회, 마을 축제가 열리던 광장,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젤라또 가게 그들의 추억이 가득한 거리 구석구석에서 그들과 함께한 세월의 흔적을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 날 내 이름과 같은 이름을 붙힌 꽃을 하나 샀다. 그들이 나를 잊지 않길 바라면서 나 또한 그들을 잊지않기 위해. 

마지막날 밤에는 저녁을 먹으며 선물을 하나 드렸다.
피렌체는 영어로 플로렌스. 꽃의 도시다. 그래서 화분과 꽃을 하나 샀다. 잘 죽지 않는 애로 하나 골라서

마지막 날 저녁을 먹으며 꽃을 선물로 드렸다. 해드릴게 없어 기타도 쳐드렸다. 

"이 꽃에 제 이름을 붙혔어요. 저라고 생각하고 잘 키워주세요.."


그리고 다음날 떠나기전 로잔나 어머님은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

"잘 모르겠어요 한 5년후 쯤?"

".... 내가 살아있다면..."

"5년후엔 꼭 다시 올께요. 약속 드릴께요."


왜 이 말을 하면서 이유를 알지 못할 눈물을 참아야 했는지. 

머무는 내내 그토록 화창했던 피렌체 하늘과 달리 기차역으로 향하는 내 눈은 비가 그리도 많이 내리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