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기록

* 바르셀로나_깡통깍는 노인 150825

5월요일 2015. 12. 12. 17:07



바르셀로나 거리를 일행과 떨어져 걷고있을 때였다. 

여행의 목적이 '사람' 그리고 '걷기' 였기에 하염없이 걸었다. 그렇기에 나에게 노점상이란 흔하지 흔한 풍경일 수밖에 없다

메인 스트릿으로 가던 중 내 눈을 사로 잡는 것은 할아버지 한 분이였다. 

색색의 예쁜 장식품을 펼쳐놓고 방망이 깎는 노인 마냥 집중해서 한개 한개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바로 후에 발견한 것은 노인 곁에는 사람이 버린 무수한 깡통들이 담겨있는 봉지가 있었다. 

그리고 앞에는 친절하게도 이런 말이 적혀있었다. 


구경 무료, 사진 무료.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고 있었기에 지나쳤다가 뒷걸음질로 되돌아와 하나씩 구경했다. 

나름의 정교함이 있었고 미가 있었다. 사진 찍어도 괜찮냐고 물었고, 당신이 작품이 아니라 당신을 찍어도 괜찮냐고 여쭈었다.

사실 집중하며 '작품'을 만드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보여서 그 모습을 찍고 싶었지만 카메라 사정이 그렇지 못해 어색하게 날 쳐다보시는 사진만 남아있다. 

두번째 사진에서 빈 공간이 사진을 찍고 난후에 내가 구입한 '작품'의 빈자리이다. 

사진을 찍고 미안한 마음에 하나 구입하겠다고 하자 사진찍어줘서 고맙다고 거절을 하셨지만 그 여유가 좋아 하나 구입해버렸다. 


막상 귀국해서 보니 내구성은 썩 좋지 않아서 모서리가 떨어져 나가려고 하고 영 불안하다.

하지만 방 한켠에 이녀석이 자리를 잡고 있는 이유는 행복하고 여유로운 얼굴로 깡통을 깍던 노인의 얼굴이 겹쳐보이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