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

내 탓하기, 남 탓 하기 않기.

5월요일 2020. 7. 11. 20:40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로 이동을 위해서는 최대한 차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차가 한대뿐이 없는 우리집은 항상 같이 다녀야한다. 

내가 출근을 해버리면 와이프는 사실 집에 갇혀버리고 만다. 안전지상주의를 지향하는 나로썬 요즘 같은 시대에 최대한 보수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나만으로는 안된다. 가족들도 모두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해야한다.

 

아마 많이 답답할텐데 그래도 잘지키고 있는 것을 보면 대견하기도하고 참 고생스럽다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차라리 출근하는게 나을지도 ...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럴 턱이 있나.. 출근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 

 

여차저차 가족의 발이 되어야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사실 개인 스케줄을 어느정도 포기해야 한다. 

가령, 주말에 치과 예약이 되어있다면 나는 일단 꼼짝 못하고 그 스케줄에 맞춰 움직여야한다. 혹시나 모를 감염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대중교통 이용을 아예 못하게 했기 때문에 이정도 감수해야한다. 결혼을 했지만 어느정도의 개인 생활을 보장받고 싶기 때문에 갑자기 사라진 주말의 개인 여가 시간이 이렇게 누군가의 스케줄에 통제 받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갑자기 답답해지고 주말이 주말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의 주말은 아무런 스케줄 없이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여야 하기 때문이다. 난 가장의 자질이 딱 그만큼 부족한거다. 

그래서 굳이 왜 이 시국에 치과를? 시간을 좀 늦게 잡지? 일찍 잡지? 라는 괜한 트집을 마음 속으로 잡곤한다. 와이프 탓을 해본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해결법 남 탓을 그렇게 해본다. 내가 싫어질 정도로 하다 보면 현자 타임이 오기 마련이다.

 

11시반에 잡힌 치과 예약 때문에 아침에 런닝을 못한게 마치 와이프 탓인 마냥 혼자 서운해하고 탓을 하다 제정신이 든다.

한시간 더 일찍 일어나서 런닝 갔다왔으면 될 것을 괜히 남탓 한 내 자신이 참 싫어진다.

 

마치 계획대로만 움직이는 사람처럼, 게으름에 어차피 안할 일도 남이 핑계거리 하나 던져주면 그렇게 낼름 잘 받아먹는다.

 

아랍권에 살면서 사실 한국에서 안하게 될 남 탓도 더 하게 된다.

인샬라 라는 마법의 단어는 모든 사건에서 나를 해방시킨다. 이거 정말 마법이다. 

직역하면 "신의 뜻대로", "신이 허락한다면" 정도 되겠지만 실제 용례에서는 "아님 말고"에 훨씬 근접하다. 

되면 좋지만 안되면 신의 뜻이였으니 얼마나 편한 사고 방식인가. 

 

일을 하다보면 인샬라 폭격에 항상 시달리게 되는데 적응하면 세상 편하게 일할 수 있지만, 저항하면 개인적으로 말하면 솔직히 발암도 농담도 아니다. 

 

업무에 관해서라면 인샬라를 내 편의에 따라 이용하는 편이지만, 개인 생활에 있어서 특히 가족들 대하는데 있어서 남 탓하는 일 없게 마음 굳게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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