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기록

@ 영화 '귀향'에 대한 단상

5월요일 2020. 12. 13. 18:53

 

영화 '귀향'은 기대 그 이상에 이상이었다.

울고 불고 짜는 신파극도 아니었고, 무조건 가해자를 처단하자는 심판론적 메시지만을 던지던 삼류영화는 더더욱 아니었고, 

훌륭한 영화라고 평가는 것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영화였다. 

 

단지 이 영화를 대하는 사람들이 사회의 반응이 성숙하기를 바라며, 

실제로 목격한 현상들이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이나 심형래 감독의 '디워', 김한민 감독의 '명량'에서

보여준 파시즘적, 민족주의적 반응과 비슷해이 현상에 대해 말하고자 글을 써본다. 

 

 

 

위 나열한 영화를 말하자면, 흥행성이나 상업성에 있어서는 나무랄 데가 없는 성공한 영화이다. 

관객수는 영화를 말하는 성공의 기준 중 가장 중심이 되는 척도 중 하나 일 것인데,

이를 너무나도 충실하게 수행했기에 흥행을 했다고 본다. 

하지만 영화의 성공, 즉 결과를 말하기 앞서 그 과정과,

결과 이후에 그 사회적 파급효과를 논하고 그리고 영화계에서 귀향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 3가지 영화의 공통된 특징은 한 문장으로 정리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자본권력이 민족주의와 파시즘을 업고 한국 영화계의 오랜 금자탑을 쓸어버린 메가 쓰나미

 

스토리의 개연성은 물론, 고증도 엉망, 마케팅은 시종일관 1970년대를 연상시키는

우리 조국 대한민국식 애국마케팅에 내용은 억지 공감과 감동을 강요하는 원시적 영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권력에 의한 영화관 점령을 통해 흥행을 억지로 이끌어낸 대표적 사례라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세 영화 모두 한참동안이나 찬반론이 팽팽하게 맞서 인터넷에서 뜨거운 감자로 머물러있었다. 

 

그럼 이제 '귀향'은 어떠한가 라는 질문이 나올 차례이다. 

 

귀향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흔히 예상하는 그런 스토리 전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잡혀가다 울고, 가서 울고 돌아오다 울고, 그렇게 울다 울다 지쳐 잠이드는 그런 영화가 아니라,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침착하게 감독의 의도를 잘 전달한다. 

판에 박힌 선과 악, 가해자와 피해자 구도가 아닌 모두가 피해자고 그리고

피해자 간의 먹고 먹히는 관계를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이 영화는 그 피라미드 중 가장 밑, 사슬 가장 밑에 있었던 우리의 살아있는,

절대 불가역적일 수 없는 '위안부'라는 슬픈 역사를 집중 조명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일본군은 위안들을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학대, 착취하면서 '위안소'라는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인 공간에 가둬놓는 한편, 

전쟁이라는 괴물은 일본 군인들을 하루하루를 삶과 죽음사이에서 극도의 불안감 속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인 공간에 가둬놓는다. 

 

이런 점이 위 세 영화와 비교되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영화 '귀향'에서 선과 악이라는 대립구도가 없지는 않다.

표면적으로 보면 일본군은 '악' 중 '악' 이고

위안부는 말그대로 '피해자'이자 '약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는 일본군은 단순히 악마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 속에서의 또 하나의 피해자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암시해준다.

위안부에게 연민을 느끼는 군인, 차마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군인,

작업하러 나갔다가 같이 웃고 떠들던 전우가 시체로 돌아오는 장면들을 보면서 

전쟁의 참상 또한 잘 조명했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놀라운 점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7만여명의 시민 후원으로 만들어진 영화 라는 것.

그리고 상영관도 많이 잡지 못해 시민들의 힘으로 상영관을 조금씩 늘려 자본논리에 휘둘리지 않은 

시민의 영화라는 것은 더할나위 없는 큰 의미이며 시민들이 향유해야할 문화생활들이

문화공룡기업들에 의해 정해지는 현상에 저항할 수 있도록 시민의 힘을 응집시켜

성공을 이끌어낸 하나의 교과서와 같은 사례로 남기를 바란다. 

 

이렇게 훌륭한 영화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두가지 반응이

위 세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이다. 

여기저기 지나가다 본 댓글이나 글을 보면,

"이렇게 좋은 영화에 10점을 안주고? 미친 기자놈들!", "일본놈들 찢어 죽일놈들!"

 

위 세 영화에서 사람들이 보였던 아쉬웠던 반응 하나는 역시 맹목적인 숭배였다.

한국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봐야 된다, 이렇게 좋은 영화인데 정신이 나간거 아니냐 등 민족과 국가를 들먹이며,

칭찬이 아닌 숭배로 가는 흐름을 감지할 수 있었다.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전쟁의 참상이고

그 전쟁의 원인으로 진단되는 것은 파시즘과 전체주의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느낀 감정을 강요한다는 것이

그렇게 불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영화가 전개나 특유의 한국적인, 동양적인 굿이나 빙의와 같은 어떤 분위기라는 것이

흔히 우리가 노출되는 모종의 것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소 이질감을 느낄 수 있기에

다소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타자에 대한 성숙한 태도의 부재가 아쉬웠고, 

 

또 아쉬웠던 점은 단순한 선악구도로 몰아가 역시 일본은 용서받지 못할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로만 바라보는 단편적인 시각이다. 

필자는 영화를 보면서 사실 조금 놀랄 정도로 일본군에 대한 극단적이지 않고

다른 면도 보여주려한 노력이 이따금씩 눈에 들어와서 이거 급 다른 영화구나 라고

사실 감동을 많이 받았는데,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것을 보면 이런 이야기는 별로 없고

 

일본군에 대한 욕지거리가 주를 이루는 것이 아쉬웠다. 

피해를 피해대로, 하지만 전인류의 문제로서의 전쟁을 참상은

그 어떤 개인도 피해갈 수 없었던 비극적인 사건이였단 것을 잊지말아야한다.

시기적으로 '위안부'라는 슬픈 역사에 대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를 견지하기 힘든 시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우리가 가져야 하는 것은 균형된 역사 의식이고 그 양면성을 볼 수 있는 통찰력 일 것이다. 

 

귀향은 이런 영화라고 정리하고싶다. 

"고통을 겪었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슬픈 이야기 뿐만 아니라 인류가 겪어야했던 전쟁의 참상을 잘 조명한 영화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향을 떠야했던 사람, 전쟁을 치뤄야했던 사람, 저항했어야 했던 사람,

그 전쟁 통에서의 사람들의 보편적인 '귀향'의 대상은 '평화'였을 것이라"

 

영화에 대한 생각을 리뷰에 주저리 주저리 적기엔 리뷰가 너무 지루해지고 여러모로

색이 바랄 수도 있기에 개인적인 생각을 맘껏 쓰려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리뷰는 밑에 링크를 걸어놓았다.

 

2020/12/13 - [리뷰의 기록] - # [영화]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잘 쵸현한, 귀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