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기록

@ 나이가 들어가면서 오는 우울감에 대해서 aka 행복불감증

5월요일 2020. 11. 21. 09:00

세상은 변한 것이 없지만 갑작스레 찾아오는 우울감이 있다. 

직장생활도 잘하고 있고 월급도 매달 나오지만 이게 내 인생이 맞을까 싶은 그런 우울감.

격정같은 10대와 20대를 보내고 30대에 접어드는 사람들이 이런 감정을 흔히 겪곤 한다. 

 

예전에 재미있던 것들에도 하나씩 흥미를 잃어가고 세상은 무채색으로 변해버린거 같다. 

최근엔 이런 기분이 너무 오래 지속되는거 같다 깊게 고민을 해보았다. 

 

왜이런걸까. 나만 그런걸까. 내 심장을 뛰게 했던 일들이 이제 더이상 그때와 같지 않을까. 

 

누구는 이것은 번아웃이라 진단내리기도하고 뭐뭐뭐 블루라 하여

한창 그때 유행하는 사회적 병리현상과 접목시켜 이름을 붙힌다.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다. 하지만 깊게 깊게 고민해본 결과 최근에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런 우울감에 시달리는 이유는 결국 '나' 라는 존재가 변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의 관심사는 더이상 그때 그것이 아니게 되었고, 나의 친구들도 가족들도 모두 불변의 존재들도 아니였다. 

수많은 '나'들이 결국 각자의 방향에 따라 변화한 것이고 그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채 살아가다가

어느순간 인지 부조화를 겪게 되는것이 아닌가 라는 나 혼자만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 재미있던 게임들도 지금 다시 하면 그 때 그맛이 안난다. 그래서 지금 제일 핫한 게임을 해봐도 역시 내 심장을 차갑다. 

그리하여 나에게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그 전까지 해오던 방식을 하나씩 포기 할 것. 

 

10~20대의 대략적으로 30% 이상의 시간을 보낸 게임으로 예를 들어보자면, 

그 때는 무슨 게임을 해도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이것의 아침에 눈을 뜨는 삶의 이유였고 친구들과의 대화 주제는 항상 게임이였다. 

게임을 한다 라는 행위 자체가 행복과 성취감을 주었다. 그냥 그런 나이였다. 

바람만 불어도 웃음이 나는 여고생처럼 나는 그냥 게임만 하면 행복한 사람이였다. 

 

30대로 들어서고 게임을 손에 잡지 않는다. 

누가 시켜서, 하지말라고 해서 잡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지 않는다. 내가 더이상 재미를 느끼지 못하니까. 

우리 뇌가 참 보수적인 것이 '나'는 수년간 변했는데 게임을 같은 방식으로 바라보고있는 것 같았다. 

 

나는 30대인데 게임을 10대처럼 즐기도록 나의 뇌를 나에게 명령하고 있었다. 

그때야 뭘해도 재미있던 멘탈이였고 지금은 꽤나 인생이 지루해진 멘탈인데 같은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려하면 

당연히 재미가 있을리가 없었다. 

 

그래서 이런 방법을 시도했다. 

같은 방식으로 플레이 하지 말 것. 

예전에 내가 게임을 하던 방식은 일단 무조건 치고 나가는 것이다. 

최대한 빨리 스토리 뽑아내고 안풀리면 공략보고 바로바로 해결했었다.

 

이젠 예전 방식에서 벗어나 이젠 느긋하게 플레이해보기로 했다. 

멈춰서 생각도 해보고 단 10분만 플레이해보기도 하고 공략이 없더라도 한번 쭈욱 고민해보고. 

 

확실히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어? 이런 재미가 있었나?

 

10대의 내가 20대의 내가 느꼈던 행복감을 찾을 것이 아니라 지금의 30대의 내가 필요한 행복감을 찾아야 했다. 

지금 내가 여기서 내가 행복해질 방법을 찾지못한다면, 40대 50대에서도 찾는 것은 더 힘들어질 것이 뻔하지 않나.

10대는 10대의 행복공식이 있는 것이고 20대는 20대의 행복공식이 있는 것이다. 

 

'나'라는 사람은 계속 변한다. 그리고 나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하고 안주해선 안된다. 

예전에는 행복했는데.. 라는 자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명한 그 말이 떠오른다.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그 때는 그것이 행복해지는 방법이였고, 이제는 변한 '나'에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을 해야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결국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끊임없이 매너리즘과 싸워나가야하는 존재로 설계되어 있다

 

열심히 산다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모두가 행복해졌을것이다. 

찾아오는 서비스의 행복을 기다리다 보면 집구석에 들어앉아있는 우울증만 보게 되는게 아닐까 싶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오래된 것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시도하는 것도 행복해질 또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