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의 기록

# [영화]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잘 표현한, 귀향

5월요일 2020. 12. 13. 18:47

 

사실 이런 영화에는 취미가 없어서 의리로 본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보러갔는데, 많이 놀랐습니다. 

울고불고 신파극일 것으로 예상을 했는데, 극전개와 편집, 카메라 동선들이 독립영화라 하기에는 세련되서 감탄을 많이 했습니다. 

 

 극전개는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진행됩니다.

위안부의 아픔을 가진 할머니와 비슷한 아픔을 가진 젊은 처녀의 교감을 중심으로 

극전개가 이루어지는데, 이런 전개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소품이나 배경, 메타포가

모두 너무나도 한국적이라는 것입니다. 

 

극 중에서 등장하는 배경이나, 음악, 굿, 괴불노리개 등을 통해

자칫 옛 한국영화 같은 느낌이 들 수 도 있는 부분을 편집의 힘으로 잘 살려냈습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많이 들을 수 있는데,

그러한 관객의 흐느낌들이 이 영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아 

영화를 완성시키고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러한 기술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내용적인 면에서도 '국제시장'같이 자극적으로 

억지 감동을 이끌어내고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특히 일본군은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은 놈들이라는

단순한 메시지를 반복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죽음 사이에서

하루하루 '연명'해나가고 전쟁에 미쳐가는 또 하나의 전쟁 피해자로서의 그 때 당시의 군인 또한 잘 묘사하고 있어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점 모두 균형적으로 잘 전달했습니다. 

항상 이런 류의 영화를 보면서 불편했던 점은 선악구도로 접근하고 이분법적인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것인데

영화 '귀향'은 그 균형이 적절하다 생각이듭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가장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것은 제목 즉,  '귀향'입니다.

동양적 의미에서 '나비'는 환생을 의미합니다. 영화 속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에서 수많은 '나비들'이 등장합니다.

그 잔인하고 견딜 수 없던 지옥을 마침내 벗어나 훨훨 날아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귀향'의 대상인 고향은 비단 물리적인 공간이라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이미 모든 것이 예전과 다른 그리고 잊혀진 사회에서 그들의 마음이 편안히 쉴 수 있는,

그들을 따뜻하게 받아주고 생각하는 그런 세상과 사회와 사람들 배려야 말로 비참한 운명을 견뎌야했던

그들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고향'이라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엔딩크래딧이 올라오기 시작해도 불은 켜지지 않았고  

후원자의 이름 하나하나가 모두 올라가고 모든게 끝이 나서야 불이 켜지고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 시간동안 울고 싶은 사람은 울고 생각하고 싶은 사람은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여백을 남겨준 극장에 감사함을 표하고 싶습니다. 

 

아무런 죄도 짓지 않은 채 타지로 '귀양'을 떠나야했던 슬픈 운명을 가진 이들의 '귀향' 이야기. 

 

"퍼뜩 집에 가자 언니야. 같이 가자."

 

2020/12/13 - [생각의 기록] - @ 영화 '귀향'에 대한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