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기록

@ 외교부라는 허울 좋은 간판, 외교관이라는 허상

5월요일 2020. 11. 15. 00:22

재외공관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외교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외교부는 콩가루 중 콩가루 조직입니다. 

 

외교부는 기본적으로 본부와 재외공관(대사관, 영사관, 대표부 등)으로 나뉘어 집니다. 

그리고 구성원은 공무원(외교관), 무기계약직(실무관)으로 나뉘어지며, 공무원(외교관)은 외시출신, 특채 출신, 외무행정고시 출신으로 나뉘어집니다. 물론 그 중간에 타기관(경찰이나 문체부 등)에서 넘어오는 인원들도 있지만 크게 눈여겨 볼 그룹은 아닙니다. 

 

저도 정말 어렸을 때 그리고 잘 몰랐을 때에는 외교관이라는 타이틀에서 오는 '멋짐'에 마음이 혹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막상 조직 안으로 들어가서보니 대한민국 외교관이 이정도밖에 안되는거 라는 참담한 심정을 경험할 수 있었고, 

사실 해외 생활을 길게 하면서 외교관을 여럿 보게되는데 외교관이라는 단어에 걸맞지 않는 수준 낮은 외교관들을 수도없이 보게됩니다. 

해외에서 생활을 오래 하신분들이라면 큰 이견없이 동의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www.yna.co.kr/view/MYH20171020020400038

 

성희롱ㆍ폭언…해외공관 '갑질 외교관' 10명 적발 | 연합뉴스

성희롱ㆍ폭언…해외공관 '갑질 외교관' 10명 적발, 이승표기자, 정치뉴스 (송고시간 2017-10-2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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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현지직원 퇴직금 가로채 비자금 만든 해외공관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공관에 근무하는 우리 외교관들이 현지 채용 직원의 퇴직금을 가로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외교부의 감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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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yna.co.kr/view/AKR20191001183800001

 

"행정원은 나라에서 대사에 보낸 개"…재외공관 인권침해 심각 | 연합뉴스

"행정원은 나라에서 대사에 보낸 개"…재외공관 인권침해 심각, 강병철기자, 정치뉴스 (송고시간 2019-10-0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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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공관에서 발생하는 부조리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비일비재하고 여전히 아직도 일어나고있는 현실입니다. 

재외 공관 중에서 대사관과 대표부에는 '특명전권대사'라고 대서 소위 '대사'라는 공관장이 파견이 되고, 영사관에는 '총영사'라는 공관장이 파견이 됩니다. 

 

보통 이런 공관장들은 외시 출신들이 많습니다. 

짧고 굵게 명료하게 말하자면 외교부에는 카스트 제도가 존재합니다. 

앞서 말한 외시출신, 특채출신, 외무행정출신이 세개의 계급이 진골(외시)과 6두품(특채, 외행)입니다. 

저는 성골은 외교관 집안에서 외시를 통과한 사람들로 보는데, 그냥 하나로 묶겠습니다. 

 

사실 외교부는 다른 관료조직과 마찬가지로 외시출신이 꽉 잡고있고 특채나 외행출신들은 사실 상 외시 출신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하는 업무의 전문성이나 능력을 보았을 때, 무기계약직인 실무관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 특채와 외행 출신들입니다. 

외시는 고시를 합격한 사람들이므로 어느정도 인정을 해줘야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외시출신들은 재외공관 파견 시 문화공보, 경제 등 주재국과 관련된 굵직한 업무들을 담당하는 한편, 특채나 외행출신들은 대체로 공관 살림을 담당하는 총무 업무나 민원에 해당되는 영사 업무를 담당합니다. 

 

총무/영사 업무가 하찮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의사에게 수술을 집도하거나 진료를 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마땅하듯, 외교관에게 기대하는 바는 총무/영사 업무가 아니라 화이트스파이로서의 엘리트의 모습니다. 하지만 총무/영사 업무를 하는 '외교관'들은 사실상 주민센터 동사무소에서 할법한 업무들을 하면서 지나친 급여와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타이틀이 일단 외교관인 만큼 외시 출신들에게 상당한 열등감을 가지고 항상 불만에 차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111102/41571170/1

 

영어 못하는 외교부… 5~7급 직원 54%가 최하위 등급-평가 불응

외교통상부가 최근 실시한 직원들의 자체 영어 능력평가에서 최하위 등급 및 등급 미취득자의 비율이 실무직 전체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외교부에 따르면 최근 5∼7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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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중 영어를 가장 못하는 계급이 외행 출신들입니다. 기본적인 영어 대화가 안되는 분들도 많고 주재국 언어를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사실상 무기계약직으로 들어오는 실무관들의 능력에 기생하고 있다 라는 표현이 정확 할 것입니다. 

 

현지채용방식으로 고용이 되는 한국인 행정직원, 실무관의 경우 보통 채용 당시 언어를 가장 먼저 두고 뽑기 때문에 실무관 중에서 현지언어나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언어를 못하는 외교관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결국 언어를 잘하는 실무관을 뽑아 돌리는 방법이였을 겁니다. 외교관이 언어를 잘했다면 한국인 실무관이 필요 없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기형적인 조직구조입니다. 

애초에 수준 미달인 인력을 뽑아서 그 인력을 보조하기 위한 인력을 또 뽑는 구조인 것입니다. 

 

여기까지 쓰면 외시 출신들은 정말 잘하나보다 하실텐데,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문화공보, 경제 관련된 일을 하면 뭐 대단한일 하나보다 라고 할 수도있는데 딱히 하는 일이 없습니다. 

사실 미국과 같이 대단한 국가의 외교관들이 일을 제대로 하는지는 장담할 수는 없으나, 제가 봐온 외시 출신 외교관들 또한 수준미달인 것은 다름이 없었습니다. 

 

주재국 동향 파악하다는 명목 하에 전문직 실무관에게 인터넷으로 기사 살펴서 번역시켜와서 그대로 베껴서 전문을 쓰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주재국 인사들과 인적 네트워킹 구축하기 위해 예산이 나오는 것은 본인들 밥먹고 즐기는데 쓰기 바쁜 모습을 항상 목격했습니다. 

 

www.sedaily.com/NewsVIew/1Z900JSTL9

 

'캬~' 세금으로 하루 최대 14병…‘술독’에 빠진 해외공관

전 세계 147개국에 설치된 우리 해외공관에서 최근 5년 동안 9만 2,415병에 달하는 주류를 소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1년을 52주, 주 5일 근무를 가정할 때 5년 간(1,300일) 하루 71병의 주류를 소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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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또 얼마나 좋아하는지, 나랏돈으로 술을 사서 그렇게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시는 거 참 보기 안타깝고 참기 힘들었습니다. 

술 하면 또 조직 문화를 얘기해야하는데, 조직 문화가 옛 군대만하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술을 마시면 죽을때까지 마시는 것은 물론 강권하는 문화도 여전히 남아있고 알게 모르게 이루어지는 성희롱적 발언도 상당했습니다. 

다들 이래서 알만한 사람들은 외교부 공무원에 대해서 좋은 감정을 갖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외교부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조직문화와 질낮은 인력의 비대화로 인해 능력있는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재외공관 실무관 채용 공고가 끊임없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갑질과 부당대우가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답습되고 있는지를, 그리고 그것이 아직도 당면한 현실이라는 것을 반증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외교관의 꿈을 꾸거나, 재외공관에 실무관을 지원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참고가 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