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기록

@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에 적응하기

5월요일 2020. 6. 8. 05:43

요즘만큼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적은 없었다. 

생각은 아무리 길어도 짧다 라는 말을 가슴 속에 항상 담아두곤 살지만 현실이 힘들면 생각은 짧아지고 결정을 빨라지기 마련이다. 

그 결정을 후회하는 것도 아니고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 살고있지만서도 뒤를 돌아보면 보이는 흔적에 후회가 묻어나는건 어쩔수 없다. 

내가 박차고 나온 대한민국은 헬조선이였는데 이제는 헬조선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니 세상사 참 알 수 없다 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야 한국을 제외하고는 코로나에 제대로 대처하는 나라가 극소수 인지라 아프리카 한귀퉁이에서 둥지를 틀고있는 입장에서는 사실 부러운 눈빛을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이야 고강도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으로 전환된 시점이지만 사실 내가 사는 이곳은 고강도 거리두기보다 더 강력하게 이동을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고 이런 상태가 어느새 3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사무실 출근을 포함한 모든 외출이 최소화되었다. 밖으로 나가 일을 보는 것은 최대한의 효율로 끝맺어야한다. 

 

장을 보는 횟수도 예전과 같이 주1회이지만 지금의 1회는 이전보다 훨씬 절박한 장보기이다. 주2회를 용납하지 않는 장보기이다. 

사야하는 물건 품목도 개수도 많아졌고 왠만하면 2주치를 봐서 다음주는 0회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장을 보고 있다. 

아무래도 외국인으로서 의료혜택을 제한적으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 덜컥 걸려버리면 가족과 회사 모두에게 피해가 되어버린다. 

3개월차로 접어들면서 사실 사회전체적으로 느슨해지고 거리에서 다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있다. 다행히도 마스크는 잘하고있는 듯 하다. 이럴 때 일수록 더욱 조심해야한다. 더 고삐를 쥐어야한다. 

 

상당한 스트레스이다. 나름대로 압박을 잘 관리하면서 버티고 있다고 계속 되뇌이지만 사실 즐기지 않는 이상 결국 버티는 게임이다. 

버티는 게임은 때리는 것보다 힘들다. 끝은 때리는 쪽이 정하는 불공평한 게임이다. 

 

버팀을 즐김으로 승화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해보았지만 버팀은 버팀이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이겨볼 생각으로 코로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나만의 소박한 행복 찾기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첫번째, 홈트레이닝이다. 

 코로나 시대에서 가장 흔하게 하는 것이 이 홈트가 아닐까. 유튜브는 온통 홈트로 도배가 되고 자작하게 유지되던 홈트 채널이 고속 성장을 한다. 사실 집에서 할게 몇가지가 되지 않는다. 뭐 방법이 없다. 운동을 해야 바이러스도 이기고 세상이 다시 풀리면 나가 신나게 놀 수도 있다. 홈트도 홈트 나름이라 유튜브만 보고도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별도 트레이너가 있지 않는 이상 왠만해선 엉덩이를 소파에서 뗄 생각도 안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하는 것이 닌텐도 스위치 링핏. 몇번 유튜브로 보고 저게 뭐가 힘들어 하면서 비웃곤했지만 실제로 해보니 제대로 하면 정말 토나올정도로 힘들다. 기계 따위에 지고 싶진 않으니 승부욕도 적당히 자극해주니 일단 게임을 켜는데 까지만 가면 그날 운동은 다한거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기계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듯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도 아니고 죽어도 지기 싫은 마음에 가끔 오버페이스해서 정말 한판 하고 소파에 쓰러지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의 필수품 닌텐포 링핏. 

 

두번째, 홈가드닝이다. 

 락다운이 실시되고 사실 한달하고 대충 끝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게임을 몇개 구입했다. 이정도면 한달은 거뜬하게 지루하지 안헥 버티겠다 싶은 게임을 2개나 구입했다. 사실 두달 락다운도 무리없이 버틸 타이틀 2개였다. 

코로나를 너무 우습게 봤다. 한달이 지나고 락다운이 연장되자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했다. 나이 먹고 소파에 앉아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자니 사실 죄의식도 느껴지고 와이프가 사실 눈치를 주지도 않는데 괜히 죄인처럼 콘솔을 끄게 되었다. 그래서 나의 시선을 안착하게 된 곳은 바로 발코니에 따사로운 햇볕을 받고있는 선인장과 꽃들이였다. 요 앞 가게에서 이미 다 큰 아이들을 사와서 화분만 이쁜 것으로 갈아놓곤 했는데 

요람부터 무덤까지를 목표로 '씨발아'부터 도전을 한 것이다. 

 

 그래서 도전한 것이 레몬, 체리, 방울토마토, 바질이다. 그중 특히 정성을 들이고 있는 것이 레몬과 체리인데 유튜브에서 본대로 씨앗을 솎아내고 겉껍질을 벗긴 후 키친타월에 적셔 1~2주정도 가끔 물을 주며 어두운 곳에 보관하니 20개중 12개정도가 얼굴을 내밀고 나왔다. 지금은 플라스틱 화분에 잘 심어서 쑥쑥 잘 크고 있다. 햇볕이 좋은 곳이라 그런지 정말 쑥쑥 큰다. 레몬이 특히 일사량이 중요하다고 하던데 내가 사는 이곳이 정말 레몬을 위한 나라라 할 정도로 볕 하나는 기가 막힌다. 보통 1~2년은 되야 좀 컸다 얘기 할 수 있다고 하니 이제 한달차 레몬과 체리를 잘 가꿔볼 예정이다. 씨발아가 된 씨앗이 12개나 되니 그중 3개만 살아남아도 이건 큰 성공이 아닐까. 확실히 홈트나 게임보다는 성취감도 있고 반려식물을 키우는 것이라 애정이 많이 간다. 

 

세번째, 가족과의 시간 보내기 대화하기.

재택근무가 길어지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대화가 많이 늘었다. 요즘 보면 부부를 집에 가둬두니 애기가 생기고 이혼도 많이 한다는 상반된 기사가 종종 뜨곤 하는데 우리집은 둘다 해당은 안되고 대화가 많이 늘었다. 가족이라 함은 와이프와 반려묘이다. 와이프는 삼시세끼 챙기는게 부담스러운지 투덜대지만 그래도 그동안 혼자 집 지키는게 외로웠나본지 좋아하는 티가 난다. 고양이 이녀석도 매일 아침 나가서 한참이나 후에 들어오던 사람이 계속 집에 있으니 앙탈이 많이 늘었다. 간식 달라 밥 달라 그렇게 울어댄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아침 일찍 나가 밤 늦게 들어오는 것이 일상이였고 그렇게 가족들 사이에서 희미해져갔지만 그런 전철을 밟고싶지않다고 항상 생각해왔는데 이런 기회를 잘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이런게 실버 라이닝이 아닐까 싶다. 

 

이외에도 영상편집 배워보기, 다른 언어 배워보기 등 여러가지를 시도하고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보려해도 회사가 문닫으면 어떻게 하지 라는 고용 불안정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없는 것이 아니지만, 위기는 기회다. 

기회는 찬스다 라는 말이 있듯이 뉴노멀을 피하지말고 변화를 무서워하지말자. 어차피 왔다. 왔는게 어떡하나 온몸을 받아내야지.

아직 안망했으면 망할 걱정하지말고 이미 망했으면 일어날 생각해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