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기록

@ 저 끝에는 사람으로 귀결된다

5월요일 2019. 12. 22. 05:34

사람은 태어남과 동시에 롤플레잉, 역할게임을 시작한다. 

롤플레잉 게임이 하찮은 게임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게임은 놀랍게도 인생을 적절히 모방해놓았다. 

 

우리는 걸음마조차 떼지 못한 아기부터 학교에 들어가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게 된다. 

각각의 단계에서 자의와 타의가 적절히 간섭을 일으켜 역할을 맡게 된다. 

 

요즘 말로 흔히 인싸와 아싸의 역할로 나누어지며, 그 준거집단 속 에서 더 세부적인 계급과 역할을 부여받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소속 집단을 떠나 다른 집단으로 이동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 새로운 환경에서 색다른 역할을 부여받게 되거나, 

이전 역할을 그대로 이어받기도 한다. 

 

지금까지 해온 직장생활에서 퇴사는 두번. 

짧지 않은 기간이였고 난 매번 보란듯이 과감히 사직서를 던졌다.  

 

케케묵은 군대에서의 이야기를 슬쩍 꺼내보자면, 우스갯소리로 지나친 역할 심취에 빠져 계급주의에 빠져있는 상태를 '군대놀이 한다'라는 식으로 조롱하곤 하는데, 이 말이 그냥 나오는 말이 아니라 군대는 역할게임에 최고봉이다. 

 

상명하복이 중심이 되는 조직에서 사람을 미쳐버리기 쉽다. 

내 말에 복종하는 사람이 있다는 초현실적인 현실에 이성은 마비되고 내 자신을 한없이 크게 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전역, 퇴역을 하게 되면 몸담았던 조직을 떠나게 되는데 

조직이 부여했던 임무와 의무가 모두 해제 되면서 딱 하나 자신만 남게 된다. 

 

3년을 몸담았던 조직을 떠나면서 제대로 배운 하나의 교훈은 울타리 바깥에서는 결국 우리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그사람이 장군이건, 부장이건 울타리 바깥에서는 그들은 내 눈높이 그 이상 이하도 아닌 나와 같은 하나의 인격체라는 것이다. 

 

3년간의 군생활을 마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관리하는 자리에서 일하면서 나는 얼마나 역할에 심취해 미쳐날뛰었으며, 오만했는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두번의 사직서는 그러한 이유였다. 그런 사람들 때문이였다. 과거의 나같은 사람들 말이다. 

자리에 취하는건 좋지만 굳이 남에게 상처를 줄 필요는 없지 않았나. 

 

우리는 모두 사람으로 만나게 될텐데, 모두들 왜그러시는지 정신 차려주시길 바란다. 

세상 돌아가는 것이 내 마음같지 않는건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있지만 이렇게 반대이어도 되는건가 라는 생각도 많이 든다. 

남을 해하는 역할은 하지 말자. 우리 모두가 하지말자. 

 

시쳇말로 계급장 떼면 우리는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