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기록

@ 지대넓얕 열풍에 대한 단상.

5월요일 2016. 2. 17. 19:20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책과 팟캐스트(이하 '팟캐')는 사실 서점가의 특이한 현상은 아니였다. 

보통남녀 교양인문학, 잡학사전 등 이름만 바꿔 달았을 뿐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들을 지대넓얕 용어로 말하면 후려쳐서 설명해

흔히 말하는 상식이 많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한 역사적 사명을 가진 책들은 항상 서점가에 넘쳐흘렀다. 

사실 읽어보면 너무 후려쳐서-거듭요약으로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사전 지식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고, 무미건조하게 기술해놔서 오래 잡고 읽기가 힘든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책이 꾸준히 팔리고 발매 된다는 것은 지식, 즉 앎에 대한 욕구가 사회 전반으로 그득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싶다. 


필자가 보기엔 지대넓얕의 신의 한수는 단연 팟캐였다. 성질 급하고, 항상 야근과 야자, 개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회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적 대화''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두 단어는 구미가 당기는 조합이 아닐 수 없었다고 본다. 

필자가 이해한 바로는 팟캐과 책의 적절한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지금과 같은 성공을 견인했다고 보지만 사실 즐겨 듣는 팟캐 중 하나이기에 팟캐에 더 무게를 두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네이퍼 카페도 가입도 하고 페이스북에도 가입하고 여러 활동을 눈여겨 보았다. 놀라웠던 것은 팟캐스트 패널-채독김깡-의 활동은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회원 간 활동이 '우글우글'거린다는 말이 어울릴정도로 굉장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지역별 모임부터 동네모임 각종 주제를 두고 모이는 토론, 교육, 습득 모임 등 분야도 상당히 다양했던 것이 이사람들 이런거 하고싶어서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쓰고보니 앞서 말한 개인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인이라는 명제가 부정되는거 같지만 다른 맥락에서 이해하면 그 시간이라도 쪼개서 모임에 나가고 사회활동을 하는 것으로 퉁치는 걸로 하자. 


앞서 말한 장점들은 사실 하고싶은 말이 있어서 슈가코팅을 좀 해봤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면 정말 지대넓얕 팟캐와 따라오는 현상을 즐기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필자지만 이 현상의 이면을 생각하면 우울함을 감출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네이버카페와 페이스북-특히 페이스북-을 보면서 항상 똑 하고 떨어져 내 앞으로 떨어져 내려오는 하나의 감정은 지대넓얕이라는 존재에 의지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좀더 적나라한 표현을 쓰자면 '자존감 결여 low self-esteem'라는 단어를 쓰고싶다. 


팟캐에서도 패널들은 시시콜콜하게 별 기대 안하고 시작한 팟캐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곤 하는걸 보면 사실 별 부담없이 시작한 일이 이정도로 커졌다고 봐야하는데, 팬과 안티가 생기고 둘다 하는 팬티(팬+안티)들도 생겨서 이따금씩 분란이 일어나곤 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내가 목도한 몇가지 사건이 있다면, 


1. 팟캐에서 다뤘던 주제에 실제로 전공한 사람이 정보가 정확하지 않으니  '쓰레기' 라느니 '해롭다'느니 등의 악한 발언을 한 포스팅을 공유하면서 한바탕 논쟁 아닌      논쟁이 벌어지고 사과를 받아낸 사건이 있는가 하면, (사실 필자도 채사장의 신자유주의적 관점이 거슬리긴 하지만 그냥 그렇게 듣는거다)


2. 1회부터 들어왔다며 일종의 초기청취자(?)의 권리(?)를 운운하며 결방에 대해서는 많이 컸다, 게을러 졌다 등 예의없는 말을 쏟아내는 가 하면 

    주제가 많이 들지 않는 다는 이유로 예의없게 평하고 패널들을 무시하는 등 소위 꼰대와 같은 발언 을 쏟아내는 사건도 있었고,


3.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눈을 찌뿌리게 하는 행동은 마치 패널들이 척척박사나 백과사전이라도 되는 마냥 이것저것 다 다뤄달라고 요청하는 행동들이 있었다.


그 외에도 가만히 보고있자면 이사람들 왜이러나 싶은 것이 필자가 패널 중 한명이였다면 분노를 참지 못할 사건들이 참 많았다. 

이런일들이 여기서만 일어나는 일인가 해서 조용히 생각을 해보면 또 그런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굉장히 만연한 현상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자신의 영역이 침범받는 것에 민감하고, 되도 않는 것에 지분을 차지했다고 생각하면서 갑질하려들고, 본인스스로 해결할 생각안하고 부탁만 하려들고. 

결국 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열쇠말은 '자존감 결여 low self-esteem'이다. 


첫번째 사례는 사실 틀린것이 있다 하더라도 정보 공유 차원에서 전문가로서 나서면 될 것을 굳이 비난하고 깎아내려서 자신이 전문가임을 인정 받고싶어 하는 걸까. 

두번째 사례 역시  역시 재밌게 듣고 아니면 안들으면 될 것은 굳이 초창기 청취자라는 허구의 지분을 들이대면서 훈계하려는 태도에서 얼마나 '소유'라는 것에 집착하기에 되도 않는 사유로 소유하고 주인노릇을 하려는지.

세번째 사례는 본인이 정말 알고 싶은 것이 있다면 스스로 공부를 해볼 생각을 해야지 누가 준 요약노트나 깨작깨작하려 하는 것을 보면 본인의 능력을 얼마나 과소평가 하는 사람이기에 사소한 것 하나하나 다 알려달라고 하는 건지.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지대넓얕의 진정한 가치는 지식을 전달하는 매개체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지식에 관심을 갖고 본인의 취향을 찾아나가는 중요한 이정표 역할"이라고 말이다. 

상대성이론이 되었든 간에, 칸트가 되었든 간에, 지대넓얕을 통해서 한발자국 그 세계로 발을 들여놓았다면 그 이후부터는 각자 본인들의 역할이다. 

시각장애인이 안내견을 데리고 다닌들 안내견이 안내만 해야지 대신 걸어다닐 수도, 대신 끼니를 챙겨 먹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맞다. 지대넓얕은 훌륭한 안내견이다. 인문학으로, 과학으로, 철학으로, 다양한 분야로 우릴 이끌어 줄수 있는 여러 수단 중 하나이다. 

하지만 작금의 사태들을 보면 안내견에게 밥도 대신 먹어달라, 걸어달라, 지하철 어떻게 타는지 가르쳐달라 라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닐까. 


김도인님 사랑합니다 ASMR 하시면 잠이 솔솔 올거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