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기록

* 리스본_꽤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는 식당 150815

5월요일 2015. 9. 28. 16:03

리스본 마지막날. 

하릴없이 시내를 거닐다 맛집이라고 소문이 난 곳에 당도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던 집이였다. 

안쪽을 스윽 훓어보니 그 안에 사람들 중에서도 주문만 하고 음식을 받지 못한 사람이 태반이였다. 

스윽 내 머리속에 스쳐간 생각은 


그정도 일까.


그 식당의 이름이 뭐였든 간에 그저 난 식당의 이름을 "사람 꽤 오래 기다리게 하는 식당"이라고 이름 붙혀주고 싶었다. 

끊임없는 기다림의 연속이였다. 밖에서도 안에서도 먹는 사람보다 기다리는 사람이 곱절은 많았다.

식당이지만 정작 먹고 있는 사람은 몇명 없었던 그런 식당이였다. 


세상에 사람이 기다려가며 들어갈 식당은 없다고 생각하는 나로써는 나름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었던건 확실했다. 

하지만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른다는, 이 도시에서의 마지막 날이라는 아쉬움과 더불어 내가 여행자 라는 특수한 상황에

평소라면 내리지 않았을 결정을 그렇게 내렸다. 기다려보기로, 확인해보기로 결정했다. 


밖에서 기다리고 들어가서도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 요리가 괜찮을 거란 강한 믿음 탓일까. 

이 식당에 이런 믿음이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이 필요했을까. 

지루 했던 기다림에 서로가 서로에게 대화를 시도하기도 했고 그리고 한명 한명 차례를 맞이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을 때에는 식당안에서는 묘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미 식사를 끝낸 사람들은 일어나면서 아직 식사를 마치지 못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자리를 뜬다. 

그리고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이미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다. 

모두가 "식당에 들어오기 위해 같이 기다렸던 사람들"이라는 묘한 공감대를 형성해 이곳은 식당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공동체였다. 


"너도 드디어 들어왔구나!"

내가 들어가자 먼저 들어가서 식사를 하고 있던 스페인 가족들이 주먹을 위로 흔들며 기뻐해준다. 

이쯤 되면 더이상 식당의 요리는 중요하지가 않다. 뭉클한 무엇이 올라오는 그 순간 타인과의 교감에서 오는 행복감이 나를 감싸오른다. 


그리고 그 가족이 식당을 떠날 때 진심으로 터져 나온 말. 

Adios, have a nice trip. nice meeting you. 


모든 것이 느렸던 그 순간들을 보답 받은 느낌.

요리는 잘 기억이 안난다. 맛이 있었는지, 조금 매웠는지, 짜지는 않았는지. 

리스본 맛집에서 느낀 것은 요리가 아니라 사람의 맛, 여행의 맛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