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의 기록

# [도서] 판사들은 무슨 생각하고 살까? 문유석 '판사유감'

5월요일 2020. 12. 8. 21:19

이 책을 접하게 된 경로는 단지 친구의 추천이였습니다.

글이 따뜻하니, 내용이 실하다니 뭐 이런 소리하길래 처음엔 무시했다가 리디캐시도 충전했겠다 한번 속아주지 라는 생각으로 잽싸게 구입을 해서 읽었습니다.

 

왠지 판사의 입장에서 현 법체계를 변호하면서도 적당히 비판하는 그런 책이겠지 싶었는데 몇장 넘기지도 않고도 

얼음을 사르르 하고 녹여주는 사람의 따뜻함을 느낄 수 가 있었습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러합니다.

 

판사의 시선에서 본 이슈가 됐던 사건들. 그 사건들을 단순히 나열하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인간으로서의 판사, 때로는 판사로서의 인간의 모습으로 마치 화로앞에서 손자에게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는 할아버지 마냥 술술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흔히 뉴스에 나오는 파산, 음주운전, 폭행 등 온갖 범죄들에서 우리가 표면적으로 접하는 단순한 수치와 결과가 아닌

우리가 알 수 없었던 과정, 판결까지의 고뇌를 지루하지 않게 잘 녹여내기도 하고, 

 

하버르 로스쿨에 대한 썰이라든가, 흔히 얘기하는 경제 관련 얘기에 대해서도 본인의 썰을 풀어주는데 

"이사람 생각의 깊이가 다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한 통찰력과 내공이 글에서 느껴지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읽다보면 내가 판사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인문학자의 이야기를 듣는거 같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시쳇말로 힐링-이 표현은 썩 좋아하진 않습니다만-이 된다고 해야될까요?

 

어떤 주제로 얘기를 하든, 글에서 묻어나는 그 특유의 상냥함과 인간적인 내음에 빠져 기분이 좋아지는 책입니다. 

그래서 굉장히 밑줄을 많이 쳐가면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덮으면서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서점에 난무하는 소위 "자기계발 서적"들이 있지만, 

이 책이 진정한 의미에서 인문학서적이며, 자기계발 서적이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신용불량자 400만이 어떻고 하며 쉽게 숫자로 이야기하지만 그 한명 한명은 숫자가 아닌 피가 흐르는 '사람'이었습니다"

 

"파산한 기업은 청산되어 소멸하지만, 파산한 인간은 계속 살아가야합니다. 도전하다가 쓰러진 인간에게는 무덤 대신 두번째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이것이 활자가 아닌 사람을 통해 제가 배운 것 입니다."

 

"외견상 물증이 갖추어지고도 범행 동기와 인과 관계가 합리적으로 설명되는 것 처럼 보여도, 정말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범인의 변명이 진실 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게 그렇게 많은 분들이 글 내용 자체보다도 단지 '판사'가 쓴 글이라는 이유만으로 너무나 과하게 고마워하시고, 감동하시더군요. 도대체 이 나라 공직자들이 얼마나 냉정하고 시민들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냉혈한으로 보여 왔기에 그렇게 반응하시는 겁니까. 도데체 국민들이 고마워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국민들이 힘들게 벌어서 내는 세금으로 월급받고 편안하게 사는 저같은 자들은, 원래 직업이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