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기록

#[정보] 한국 기업이 모로코에서 고전하는 이유

5월요일 2019. 7. 7. 00:01

글을 쓰기 앞서 목적과 대상이 없을 없다. 그냥 목적이 배설인 경우가 굉장히 많지만 글은 혹시나 모로코로 진출 예정이 있는 기업이나 취직을 앞둔 분들, 여행이 아닌 비지니스 목적으로 모로코를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면서 쓰는 글입니다. 

 

아랍 국가 4년차. 

 

흔히 한국 사람들이 세가지 다른 의미를 단어를 동일한 의미를 사용합니다. 

아랍, 무슬림, 중동.

 

단어의 정의를 해야할 필요가 있을 같습니다. 

 

아랍이란 민족적 개념이기 때문에, 중동지역의 레반트 지역과 사우디 아라비아와 UAE가 있는 아라비아 반도와 그 주변 이라크, 그리고 북아프리카까지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무슬림'은 종교적 개념입니다.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범위가 훨씬 넓습니다. 무슬림 국가라 할 때는 위 아랍국가들을 포함하고 동남아에서 무슬림이 대다수를 차지하고있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을 일컫는 개념입니다. 

 

'중동'은 지정학적 개념입니다. 

보통 중동이라 할 때는 위에거 언급한 아라비아반도쪽을 일컫습니다(사우디, 카타르, 이라크, 이집트, 요르단 등등)

사실 이집트는 지리적으로는 아프리카이지만 아라비아 반도와 딱 붙어있어서 중동으로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석유 개발 이후로 사막에서 뿜어져 나온 석유로 비약적인으로 발전하여 부를 축적하고 있는 지역은 아라비아 반도와 일부 동남아 국가, 북아프리카 일부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아랍국가들은 수십년째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최근 몇년 간은 셰일가스 혁명으로 석유 값이 하향조정됨에 따라 예전만큼 노다지 시장이 아니게 되어버린 덕분에, 석유국가들은 여러모로 다른 방도를 찾고있는 실정입니다. 최근에 사우디 왕세제 빈살만이 한국을 방문한 이유도 이와 일맥 상통합니다. 가진게 석유 밖에 없고 이게 얼마 안간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버린거죠. 

 

저는 아랍국가이자, 무슬림 국가이자 중동이 아닌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모로코에 살고있습니다. 

 

제 글은 항상 서두가 길어요. 

 

아랍국가에서 몇년 간 일해본 경험으로는 뭐든 일단 열심히 해보려는 한국인과 비교해서 아랍국가들의 기본적인 마인드가 상충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습니다. 

 

우선은 모로코에 초점을 맞춰서 서술하고자 합니다. 

 

첫째로, 대부분이 열심히 하지 않고 책임감 개념이 희박하다 

한국사람이 지독히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아랍사람들은 지독히 열심히 안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단 일을 하는데 있어서 책임감이 결여되어있는 경우도 상당수이고, 일이 잘못됐을 때도 핑계나 거짓말로 일단 그 상황을 모면하려는 행동 양태를 보입니다. 한국사람들은 하나 하나 처리하고 넘어가려고 하지만 이쪽은 일단 대체로 대충하고 넘어가려하기 때문에 사실 아래 직원으로 데리고 있더라도 내가 일을 하는지 얘가 일을 하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걔중에서도 뛰어난 친구가 있기 마련입니다만, 해외에 지사를 차리고 하는 과정에서 인사적인 부분을 제대로 짚고 넘어가기도 힘들고 사전 지식 없이 부임해오는 주재원들도 많기 때문에 HR문제는 항상 잔존하는 커다란 이슈입니다. 

 

둘째로, (쓸데없이) 자존심이 세다. 

후진국일수록 인종주의가 심합니다. 모로코의 경우 경제규모가 한국에 1/10정도이고 빈부격차도 굉장히 심해서 발전가능성이 큰 나라라고 보기엔 힘듭니다. 모로코의 장점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그나마 안정적이다 라는 것입니다. 사실 아프리카에서 꽤 잘 나가는 국가 중 하나지만 전세계적으로 보면 필리핀보다 살짝 떨어지는 개도국 경제규모입니다. 

아시아 사람에 대한 인종주의가 있습니다. 전세계 어디를 가도 아시아인을 깔보는 시선은 느낄 수 있습니다. 일하는데 있어서 힘든 점은 바로 이 점입니다. 한국회사에서 일하면서도 한국의 경제적 규모에 대해서 무지한 상태로 아시아의 소국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우리나라(모로코)와 비슷하지 않아? 라는 식으로까지 얘기를 합니다. 아시아사람을 기본적으로 무시하기 때문에 지시를 제대로 듣지 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담합해서 업무를 고의적으로 지연시키기도 합니다. 조금이라도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낸다면 아예 태업을 해버리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사실 이런 사고방식에는 복잡한 계산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아시아사람에게 지기 싫은 것이라는 태도가 반영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로, 숙련도 발전이 느리고 결국엔 멈춘다.

첫번째 이유와 관련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십명의 모로코인을 고용했고 수백명을 만나봤지만 뭔가 한가지를 시켜서 1년 2년이 지나면 숙련도가 오르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한국 사람 기준으로 생각하면 낭패입니다.

기본적으로 열심히 하지 않고 책임감이 없기 때문에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오리발을 내미는 것이 상당수입니다. 한국에서는 왠만해서는 6개월만 지나도 뭔가 맡겨놓고 시킬 수 있는 환경이 되는데 모로코는 사실 3년 4년이 지나도 새로 들어오는 사람과 퍼포먼스가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다는 표현이 정말 적절합니다. 첫 6개월에 제대로된 퍼포먼스가 안나온다면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야합니다. 노동법이 세고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현지 노동자편을 들기 때문에 빠르게 결정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업무는 업무대로 낭패보고 회사에 금전적인 피해가 커질 겁니다. 모로코에서 인력관리는 한국에서의 인력관리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모든 직원에 대해 마이크로 컨트롤을 하지 않는 이상 끊임없는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 

 

넷째로, 직책에 집착한다.

한국의 경우, 입사하게 된다면 명확한 진급의 과정이 있습니다. 사원 주임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회사마다 다르지만 일련의 정해진 룰과 과정이 있습니다. 모로코는 진급의 개념이 잘 없습니다. 있긴 하지만 어떤 시스템적으로 구축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가는대로입니다. 

그래서 이력서를 검토해보다보면 20대 중반 후반인데도 불구하고 모두가 매니져고 디렉터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30살에 차장 부장 타이틀을 이력서에 적어놓는 격입니다. 믿을 게 전혀 못됩니다. 몇년 일도 안하고 매니져 타이틀 내놓으라고 깽판치는 모로코인도 있습니다. 

모로코사람은 엔지니어와 매니져라는 타이틀에 집착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해당 직책을 이력서에 적어놓았다 하더라도 신뢰하지 말아야하며, 업무능력을 절대 보증할 수 없습니다. 그냥 월급을 더 받으려는 수작에 불과합니다. 

 

꽤 잔인하게 모로코사람에 대해 악평을 했지만 사실 이런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위와 같이 모로코에서 좋은 직원 구하기 힘든 이유는 몇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제대로된 국가시스템의 부재입니다. 

기본적으로 왕국이기 때문에 모로코 국민들은 '시민'이 아닌 '백성'들입니다. 사실상 의회도 식물의회이기 때문에 참정권이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국가에서는 우민화정책을 펼치고있습니다. 우민화 정책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된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다워지는데 중요한 인문학이나 철학에 대한 교육이 부재하고 비판적인 사고가 거세되어있는 사회입니다.

 

천안문 사건에서 좋은 중국인은 다 죽었다 라고 흔히 농담하듯 말하듯이, 모로코도 전 왕 세대에서 비판적 소리를 내던 모로코인들은 철창에 갇히고 죽었다고 얘기합니다. 제대로된 교육자와 시스템 없이, 유럽과 미국에서 하듯이 엔지니어에 대한 환상만 심어줘서 아무런 기술, 지식도 없는 무늬만 엔지니어들만 대량 생산되고 있습니다. 흔히 모로코에서 엔지니어라고 하면 엘리트와 동의어로 쓰이는데 업무능력은 수준이하고 사실상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 쓰고 있는 실정입니다. 제대로된 대기업은 인도 같은 나라에서 어떻게든 외국 엔지니어를 데리고 와서 씁니다. 돈을 두배 주더라도 일을 하는 사람이 낫다는 거죠. 

 

사실 국가에서 인력 수준을 높히려는 노력 자체를 안하기 때문에 앞으로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다 라는 전망을 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이에 환멸을 느낀 젊은 모로코인들은 왠만하면 캐나다 혹은 프랑스 쪽으로 이민을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행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통계적으로 모로코 사람들이 인구에 비해서 상당히 많은 숫자가 외국 이민행을 택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식민지배 극복 실패입니다. 

모로코는 40년 정도의 프랑스 식민 지배를 받았습니다. 36년의 일본 식민 지배를 받은 우리나라와 기간이 상당 부분 겹칩니다. 

하지만 식민지배에 대한 관점은 완전히 반대입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강한 저항을 보이는 반면, 모로코는 프랑스에 대해 호감을 넘어 동경을 합니다. 모로코 내 프랑스인들은 상당히 대접을 받는 편이고, 모로코에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고있는 프랑스인도 꽤 많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때문에 사실상 모로코는 경제 문화 정치 전분야에 걸쳐 프랑스에 예속된 상태이며 특히 경제 문화적으로는 프랑스에 완전히 의존하고 있습니다. 모로코 부유층의 아이들의 경우 서로 대화할 때 모로코어를 하지 않고 프랑스어로만 대화할 정도로 자국 문화, 언어를 경시합니다.

 

과거를 청산하지 못한 나라이기 때문에 정의가 바로 서지 못하는 나라입니다. 따라서 빈부격차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패배주의가 아주 팽배합니다. 부정부패가 일상화되어 있어서 경찰이나 관공서, 병원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뇌물을 주는 것은 물론 뇌물을 요구하는 것 이 아주 일상적인 풍경입니다. 노력을 통해 뭔가 얻어내는 사회가 아닌 부정적인 방법이 득세하는 사회입니다. 

 

이와 더불어 모로코사람들은 외국으로 나가고 싶어하면서도 외국인을 질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란 나라가 어떤 뼈를 깎는 과정을 거쳐 부를 얻게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가진 부에 대해서만 질투를 하고 불평등을 말합니다. 열등감으로 꽉차 있으니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항상 불평하고 만족하지 못합니다. 한국사람은 모로코사람에게 있어 질투의 대상입니다. 이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모로코사람들도 있습니다. 

 

모로코로 진출하는 한국 기업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에 봉착합니다. 더 문제 인것은 현재 모로코에 지사가 있는 회사중 어떤 회사도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모든 회사가 HR이슈로 수많은 돈과 노력을 소모하고 있습니다. 모로코에서 사업을 하고자 한다면 위 나열한 이유에 대해 검토할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가져야함을 물론이고, 모로코사람과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가 먼저 전제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