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기록

@ 좌절에 이르는 병; 치매

5월요일 2016. 3. 17. 17:07




원문 :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11/01/0200000000AKR20151101053351004.HTML?from=search  "치매아들 치료비내라" 별거 며느리에 시아버지 소송(종합)


글이 두서 없습니다. 이성에 근거한 글이 아닌 감정에 근거한 글입니다. 


소위 치매라는 병은 옛날에는 귀신이 들렸다, 노망 들렸다 라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현대에 들어와서 "정상적으로 생활해오던 사람이 다양한 원인에 인해 뇌기능이 손상되면서 이전에 비해 인지 기능이 지속적이고 전반적으로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이 나타나고 있는 상태" 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지식 백과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927317&mobile&cid=51007&categoryId=51007)

하나의 질병으로 자리 잡아 명확히 치료의 대상으로 분류 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저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그리고 이런 질병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라는 것을 어느정도 알려 조금이나 위안이 되고자 함입니다. 

검색해서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아마 초기 증상이나 다양한 이유로 의심이나 확신이 있어 찾아 보고 있으 신 분들이라 조심히 예측해봅니다. 

사실 인터넷에 찾아보고 하는 시간에 병원을 먼저 가시라 라고 앞서 추천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제 상황은 간략하게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변덕이라 간주 될 만한 이상행동을 보인 노인과 자의반 타의반으로 함께 살게 되게 되었는데 실제로 며칠 살다보니 매일 몇시간만 보면 알 수 없었던 행동들을 목격 할 수 있었습니다. 노인이기에 기억을 잘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병적인 망각 증세를 보이는 것은 물론, 특정 시간대(아침 기상 직후)에서는 완전히 다른 인격을 보이는 양상 마저 보였습니다. 본인의 요청으로 함께 살게되었지만 매일 아침마다 왜 여기에 있냐고 따지다가 몇시간 후에는 아침에 있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채 아주 평범하게 행동을 합니다. 


그 잠깐 동안의 정상 상태 동안 그간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설명을 해드려도 정확하게 똑같은 일이 그다음날 반복됩니다. 이제 겨우 몇주정도 됐는데 당사자인 저로써는 저라도 정신병이 걸릴 지경입니다. 아침에는 같이 사는 것이 불편하다며, 집을 나가길 권유하고, 오후에는 제발 같이 살면서 보살펴 달라며 완전히 상반된 태도를 보입니다. 사실 하루종일 편한 시간이 없습니다. 아무리 정상인 사람이라도 상반된 정보가 매일매일 들어오면 이를 적절히 처리하는 것이 쉬운일이 아닙니다. 


제 자신 자체도 이래저래 민감한 편이라 굉장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감정의 기복의 심해지는 것은 물론 덩달아 우울해지는 시간도 많아집니다. 

정신적으로 말라죽어가는 느낌입니다. 어르고 달래고 해도 결국 내일은 다시 제자리 입니다. 


일본 드라마 중에 오키테가미쿄코의 비망록이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습니다. 특정 시점이 이후로 하루가 지나면 그 하루를 깡끄리 망각하는 망각탐정과 그녀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재미로 본 드라마인데 지금 처해있는 저의 상황을 보니 그 남자주인공이 끝없이 구애하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힘든 것은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아무리 말을 하고 이해시켜도 결국 몇시간 후에는 다 의미 없어지는 것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가장 괴롭고 고통스러운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좌절이고 그로인해 변해가는 제 자신입니다. 


함께 했던 추억, 나눴던 대화 모든 것들이 뒷전으로 가버리고 고통스럽고 괴롭고 비참한 현실만이 덩그러니 남아버립니다. 미래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봅니다. 

하지만 커져가는 좌절은 걷잡기 힘들어집니다. 혹자는 보살이 되어야한다 라고 말합니다. 

사실 그 이상 일 것입니다. 말그대로 완전한 일방통행의 관계에서 뚜렷한 사람의 가슴은 점점 해지고 너덜덜해집니다. 

그것이 가장 견디기 힘든 일입니다. 이런 것을 '애증'이라 할까요 

위 기사 처럼 혹시나 밖에서 사고라도 친다면 치매 환자와 보살피는 사람 두사람의 관계에 '사회'가 이해 당사자로 들어가게 되고 좌절감은 배가 됩니다. 


저도 저에게 이런 일이 생길지 예상도 못했습니다. 병원은 뭐가 그렇게 여유로운지 진료를 한달 후에나 잡고 이상 없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그래서 든 생각은 이것입니다. 치매환자와 그사람을 돌보는 사람들에게 이세상은 너무 잔혹합니다. 너무 외롭습니다.

그런 외로운 사람이 여기에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혹시나 위안이 되기바라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