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

50여일 간의 여행의 마무리.

5월요일 2015. 9. 28. 17:45

마무리는 글이다. 

글로 써서 남기지 않으면 정말 세월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 같다. 

내가 아무리 전자책을 좋아하고 기술을 사랑한들 여전히 사진보다는 활자가 좋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가서 사진을 썩 많이 찍지는 않았어도 글은 꾸준히 적었다. 그리고 바로 오늘이 그걸 쏟아내는 날. 

외장하드를 안가지고 온 탓에 사진을 첨부를 못했다.


나중에 생각나면 해야겠다. 


50여일간의 여행이 나에게 남긴 것은 뭘까. 

떠나오면서 근 7개월간 나의 궁리의 방향은 이 공허함은 어디서 오는가 였다. 

그리고 계속 내 머리에서 시작해서 가슴에 부딪치는 소절은 이거였다. 



어딘가 먼 곳으로 여행을 갔다가 너무나도 소중하게 생각한걸

그만, 두고 온거다.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건데

과연 나는 찾으러 갈 성격인가, 아닌가 하는 생각. 

여러번 생각해봤는데,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됐느냐 하면

그게 한낱 물건이면 비행기 값도 계산해야 되고, 

또 시간적인 것도 계산에 넣어야 되고...

결국은 물건 일 경우, 가지 않은 것 같단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인 경우, 사람 문제인 경우엔 조금 다를거란 생각. 

아니, 조금이 아니라 많이 다를 거란 생각. 


소중한 누군가를 그곳에 두고 왔다든가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가 그곳에 남아 있다면

언제건 다시 그곳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물론 그 사람을 데려올 수 있을지 그건 장담 못하겠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그곳까지 날아갈 수 있을 거란 생각

아마 나만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을 거란 생각.


-끌림 '뭔가를 그곳에 두고왔다'-



내가 그곳에 사람을 놓고 왔구나. 아니 놓고 왔다고 생각을 하는구나. 

그리고 난 그것을 확인해야 했다. 내가 그리워해도 될만한 사람들이였는지 

누구말마따나 그저 한순간의 단맛이었는지. 


그리고 50여일의 여행은 그것을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이였다. 

지난 1년은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일이 있었고 가장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해도 과장이 아니다. 

아마 제일 그리워할 시절이라 해도 역시 과장이 아닐 것이다. 


물건이 아니라 사람을 놓고 온 그 땅에 다시 갔다. 그들이 흩어져 있어 흩어진 땅으로 하나하나 최대한 찾아갔다. 

당신이 내가 그곳에 놓고 그 조각이 맞는지, 내가 당신을 그리워 한건지, 그리고 당신도 나를 그리워했는지. 


모든 것이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이 되는 이 시점. 

맞다. 내 가정이 맞았고 내가 놓고 온 것은 사람들, 친구들이였다. 

환대해준 친구들 고맙다. 


후회 없는 여행이였다. 막상 갔다오니 다시 그곳에 사람을 놓고 온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렇다. 

얼마나 수많은 알지도 못하는 감정을 흘려보냈고 힘들어 했는지.

적어도 지금은 내가 느끼는 감정이 뭔지 알고 있다는 것. 그것이 나에게 위안이다. 


이제부터 조금씩 내 여행 일기를 써내려 갈 예정이다. 

이 작업이 여행만큼이나 떨리는건 나의 여행이 그만큼 훌륭했다는 반증이라 생각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