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내 자신을 온전히 낯선이로, 여행자로 스스로 느끼게 하는 순간은 그 곳의 일상을 관찰하는 나의 시선을 문득 깨달을 때이다. 내가 사는 곳과는 다를 바가 크게 없는, 중력을 거슬러 뿜어져 나오는 물방울, 뺨을 스치며 흘러가는 바람, 신경쓰지 않으면 느껴지지 않던 공기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오감에게 내가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쉬지 않고 속삭여준다.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는 여행은 내내 이러한 속삭임의 떨림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짐가방을 차곡차곡 채우는 순간부터 교통수단을 갈아타고 일정을 짜고 사람과 차를 기다리고 돌아오는 그 순간은 모두 떨림을 동반한다.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떨림을 두개 꼽아보자면 난 별종인지 공항에서 비행기를 하염없이 기다릴 때의 떨림과 여행지의 지역주민들의 일상을 관찰할때의 ..